제주 티 하우스
Jeju Island Tea House
알바루 시자 + 까를루스 까스따네이라 | Álvaro Siza, Carlos Castanheira
십여 년 전, 모 기업 회장의 의뢰로 제주에 주말 주택 한 채를 설계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번에는 그 집 옆에 티 하우스를 짓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택 서쪽 부지를 매입했으니 기존의 정원을 확장하고, 손님들을 초대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주어진 부지는 멋진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야트막한 언덕 위 평지로, 인근에는 주말 주택뿐 아니라 관리인 숙소로 쓰이는 별관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 두 건물은 모두 땅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겸손했다. 규모도 작은 편이었고 재료 또한 수수하여 땅과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 건물의 성격은 이렇게 겸손하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조금 더 눈에 띄지만 이 건물, 이 땅과 조화로운 모습을 찾는 게 티 하우스 설계의 관건이었다.
이윽고 몇 가지 질문이 던져졌다. 기존 건물들과 같은 재료를 사용해야 하나? 규모나 형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의외로 그 해법은 한국 전통 건축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전통 목구조 방식으로 지어진 인근 건물들을 분석하고, 중요한 전통 건축물들은 직접 방문해가면서 고민한 끝에, 지역의 화산석과 목재, 얇은 동판을 주재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위치는 전체 부지 내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바다와 수평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건축주는 이곳에 넓은 생활 공간과, 운치 있게 차를 내리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듣고 나니, 티 하우스는 그 이름이 뜻하는바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휴식과 손님들을 위한 편안한 침실도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 대안으로 앞서 연구한 한국 전통건축 요소를 차용했다. 슬라이딩 파티션을 두어 침실과 욕실을 구분했는데, 필요에 따라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닫거나, 풍경을 향해 활짝 열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가변적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붕이 있는 외부 베란다는 남쪽을 향해 있고 넓은 테라스는 동쪽을 향해 있어, 어느 위치에서든지 멋진 주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주요 구조체인 목조 부재들은 포르투갈에서 만들어 이송했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입구와 집을 잇는 동선은 아기자기한 조경으로 단장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티 하우스는 기존 건물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제 존재감은 드러내면서도 언제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변과 어우러진다.
작업을 마무리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꿈을 꾸는 건축가라면 이러한 방식으로 디자인하고 건물을 짓는 것은 누구나 꿈꿔왔던 경험일 거라고. 그리고 그 꿈은 나에게 티 하우스가 어떤 공간인지, 사람들이 거기서 무엇을 마시며 어떤 삶을 그리는지 알게 해주었다고.
작품명: 제주 티 하우스 / 위치: 제주도 / 건축가: Álvaro Siza, Carlos Castanheira / 설계(포르투갈): CC&CB , Architects, Lda. (Diana Vasconcelos, 프로젝트팀- Adele Pinna, João Figueiredo, Francesca Tiri, Nuno Campos) / 설계(한국): M.A.R.U. Metropolitan Architecture Research Unit (김종규, 프로젝트팀 – 김민) / 대지면적: 260m² / 구조설계: Paulo Fidalgo- HDP – Construction And Engineering Projects, Lda. / 기계,전기: M.A.R.U. Metropolitan Architecture Research Unit / 시공: Daelim / 목공: Henriques e Rodrigues,Lda. / 금공: NORFER / 설계기간: 2014~2018 / 시공기간: 2017~2018 / 사진: 박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