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참여국의 큐레이터와 추진단이 두 번째 개막 예정일이었던 지난 29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총감독 하심 사르키스(Hashim Sarkis)를 비롯해 신혜원 한국관 감독 등 총 34개국 국가관의 큐레이터 80명이 참여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사상 첫 공동 성명인 이번 성명은 비엔날레 재단이 아닌 큐레이터 간의 대화와 합의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지난 5월, 신혜원 한국관 감독은 전 세계가 처해 있는 불확실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국가관 큐레이터들에게 화상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23개국이 신 감독의 제안에 긍정적인 회신을 보내왔고, 이렇게 시작된 국제적 연대는 이후로도 지속해서 확장되어 34개국이 참여한 공동성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공동 성명의 핵심은 비엔날레가 지닌 잠재력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직면하게 될 전 지구적 과제들의 해법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몇 달간 전시 내용을 공유하고, 상호 관계를 연구할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간의 구체적인 협업과 공동 프로젝트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또한, 이번 비엔날레뿐 아니라, 이후의 모든 행사에서도 지속적인 교류를 위한 열린 채널을 확보할 것이라는 의지도 전했다. 능동적 화합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기획을 통해, 건축 비엔날레가 ‘국제 경쟁’이라는 구조를 초월하여 진정한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혜원 감독은 “한시적인 행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과 국경을 넘나드는 연대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다. 여러 나라의 건축도시문화 전문가들이 우리 모두의 새로운 삶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네트워크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성명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당초 예정일에서 1년 늦어진 내년 5월 22일 개막하여 11월 21일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한국관의 주제는 ‘미래학교’로, 베니스와 서울, 그리고 전세계를 관통하는 새로운 교육을 위한 전시와 실천, 공론, 실험의 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포스터
이하 성명서 전문
베니스비엔날레 / 건축 비엔날레 국가관 큐레이터들, 역사적인 협업의 기획에 나서다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국가관 큐레이터들이 유대와 연대의 정신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2020년 5월 23일 한국의 제의로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대화에 비엔날레 총감독 하심 사르키스(Hashim Sarkis)를 비롯해 30여 개국 이상의 참가국 대표들이 합류하였다. 모임의 공동 목표는 COVID-19 그리고 이후의 시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과제에 더욱 적합한, 즉 시너지를 낳고 외연을 넓히며 접근하기 쉬운 협업의 플랫폼으로서 비엔날레가 지닌 잠재력을 실현할 새로운 방도를 모색하는 데 있다. 이러한 기획의 첫 번째 선언으로, 큐레이터들은 다음과 같이 공동 성명을 발표한다.
제17회 건축 비엔날레 34개 참가국 큐레이터 및 추진단 공동 성명
제17회 건축 비엔날레의 핵심인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COVID-19의 범유행으로 세계에 예상과 상상을 벗어난 혼란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다. 삶과 생활이 위태로운 지금, 우리의 직업, 협업 방식, 건축 환경을 사유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만 한다. 새로이 2021년으로 변경된 비엔날레 개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고, 이는 참가국 대표들에게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의 주제와 목소리를 발견하고 협동의 가능성을 열 흔치 않은 기회를 선사한다.
참여가 늘어가는 우리 국가관 큐레이터 모임은 열린 대화를 시작하고자 처음으로 함께 모였다. 앞으로 나아가며 우리는 향후 몇 달간 전시 내용을 공유하고 귀중한 상호관계를 연구할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분야 안에서 공유한 목표와 관심사를 강조하는 국가 간의 구체적인 협업과 공동의 프로젝트로 이어지도록 하고자 한다. 최종 목표는 이러한 독립적인 플랫폼의 착생과 확립으로, 비단 2021년 비엔날레만이 아니라 이후 모든 행사에서 큐레이터와 국가관 커미셔너의 지속적인 교류를 위한 장기적인 열린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획을 더 나은 건축 비엔날레로 나아가는 한 걸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탁월한 작업을 선정하고 시상하는 국제 경쟁이라는 기존의 구조 안에서 경계들을 넘어 발견과 이해와 상호교류의 역할에 한층 힘을 싣는 그러한 비엔날레로 나아가는 일보이다. 또한 우리는 전체가 부분의 실제 합 그 이상인 능동적인 회합의 가능성을 지닌 이 세계적 행사의 잠재력에 불을 지피려 한다. 비엔날레가 연기되며 두 번째 개막일로 예정되었던 2020년 8월 29일 오늘 이 성명을 발표하는 지금, 우리는 이러한 노력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필연의 한 걸음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자료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