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고등학교 예지관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김소원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최송설당은 조선 후기의 구한말에서 1900년대 전기의 근대를 살았던 여류 시인이다. 또한, 궁녀이면서 영친왕의 보모이기도 했던 최송설당은 고향 김천으로 돌아와 전 재산을 투자해 육영 사업에 힘썼다. 이때 설립한 학교가 송설학원. 지금의 김천고등학교다. 한국 대표 근대 건축가 박길룡이 설계해 1931년 완성되었다. 현재는 경사지붕을 얹었으나 당시에는 평지붕이었고, 붉은 벽돌은 그대로다. 일제 시기와 6.25 전쟁의 숱한 역사를 지나오는 사이 여기저기 수리를 거쳤으며, 곳곳에 총탄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근대 건축의 특성을 간직한 근대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대한민국 국가등록문화재 제778호로 지정되었다.
본관에서는 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1층은 교장실과 행정실, 2층은 과학실로 이용하고 있다. 그 뒤에 ㄷ자 모양으로 증축한 건물이 교과교실로 사용하는 예지관이다. 김천고등학교 출신 건축가 배병길의 솜씨로 당시 2010년 기준, 80년 된 모교를 현대 언어로 디자인했다. 정갈한 모듈로 구성된 유리 외관이 붉은 벽돌, 푸른 기와와 확연히 대비된다. 그러나 혼자 튀지도, 뽐내지도 않은 채 차분히 자리를 채운다. 오히려 본관 건물의 배경이 되어 붉은 벽돌을 한껏 내세워 주는 듯하다.
건축면적 733.65m2에 4층 높이, 넓은 면적의 커튼월과 그 외 노출 콘크리트, 아연강판으로 마감했다. 앞뒤 레벨차를 이용해 걸쳐 있으며, 주 출입구 정면을 활짝 열어 교정 풍경이 바라보이는 시야를 연결했다. 유리 외벽 중간에 외부 공간을 감싼 프레임을 추가해 변주를 주었고, 측면에도 다양한 형태의 개구부를 두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기존 공간과 건축물 읽기는 다양한 의미를 찾아내는 목적뿐만 아니라 작업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일이다. 현재를 읽는다는 것은, 지나온 과거에 기생하는 ‘읽기’이자, 미래를 향해가는 ‘읽기’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현재의 차이와 동시에 미래라는 시간에 기대 맥락을 읽는 것이며, 그곳에 내재된 정신을 읽는 일이다. 또한, 건축은 땅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땅과 그곳의 장소에서 있음과 없음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제 자리에서 접점을 찾아가기 위해 막고 열고의 문제, 비움과 채움의 문제, 경계 있음과 없음의 문제, 안과 밖의 문제, 연속과 불연속의 문제를 고민한다. 이것이 예지관이 옛 교정 사이에 자리 잡은 방식이다.
작품명: 김천 고등학교 예지관 증축공사 / 위치: 경북 김천시 부곡동 739번지 외 17필지 / 설계: 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 설계팀: 유창수, 배근호 / 건축주: 학교법인송설당교육재단 / 지역: 도시지역(김천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 제1종 일반주거지역, 고등학교, 도시자연공원 / 지구: 준보전산지(산지관리법), 상대정화구역(학교보건법) / 용도: 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 82,433m² / 건축면적: 733.65m² / 연면적: 2,072.76m² / 건폐율: 0.87% / 용적률: 2.51% / 규모: 지상 4층 / 주차: 39대 / 구조: 철골 / 외부마감: 노출 콘크리트, 아연도강판 / 내부마감: 테라죠타일, 시멘트몰탈, 아크릴페인트, 경량 철골 천정틀 / 완공: 2010.9 / 사진: 유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