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보스케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CIID
말갛게 다듬어진 표면 안에 세 그루의 자작나무가 고요하게 떠 있다. 복잡한 도시의 어느 뒷골목에서 마주하는 풍경이라기에는 많이 정적이고 생경하다. 그래서 더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어떤 조형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오브제처럼 숲이라는 의미의 이름 ‘르 보스케’를 대변하고 은유한다. 그 초록의 시퀀스를 거쳐 백색의 숲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서울 논현동 빌딩 숲 뒤편에 형성된 주택가 골목에 자리하는 사무용 건물이다. 여느 주택 골목처럼 복잡한 창과 벽, 어수선한 전기선들, 여러 색감과 재료가 뒤섞인 풍경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단순하고 정갈한 백색 공간이다. 수수하고 고운 표정이 이름 그대로 주변을 환기시키는 환하고 작은 숲의 이미지를 풍긴다. 뷰티 & 에스테틱 전문 기업으로서, 성형이나 화장술 등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업의 가치와 철학이 건축 개념으로 치환된 결과물이다.
주 출입구의 로비는 지상 1층처럼 보이는 지하 1층에 위치한다. 대지의 고저차를 적극 이용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잦고 비교적 채광이 필요하지 않은 지하 1층 교육장과 지하 2층 강연장 동선의 길이가 자연스럽게 축소되어 있다. 또한, 특별한 손님들을 의도적으로 건축 공간 깊숙히 유도한 후, 한층 높은 지상 1층의 고즈넉한 VIP 접견실 및 쇼룸으로 자연스레 이끈다.
지상 2층부터 4층까지는 핵심 구성원들의 업무실이 배치되어 있다. 곳곳에 초록의 자연 공간이 계획되어 있으며, 주변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벽으로 둘러져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세 그루의 자작나무가 심겨진 전면의 떠 있는 벽은 주택가 안에서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남향의 직사광을 적절히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 벽이 계단실에서는 또 다른 공간감을 제시한다. 움직이는 이용자의 시점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수직의 긴 보이드 공간과 개폐된 틈이 다양한 시선을 유도하며 입체적 공간감을 경험하게 한다. 그 여정을 거쳐 다다르게 되는 옥상 정원은 공공의 휴게 공간이자 각종 사내 행사가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마치 긴 협곡을 지나 탁 트인 평야에 도달한 것 같은 극적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영역이다.
1970년대 강남 개발 초기부터 정재계 및 법조인들이 거주하는 고급 주택가로 알려진 곳이다. 당시 건축물은 높은 담과 차고, 계단을 따라 높이 올라서 정면에는 정원과 후면에는 주택이 배치되는 경향이었다. 떠 있는 벽 위의 조경수는 고목의 풍성한 나뭇잎들이 눈 높이 이상으로 떠 있는 듯 보이는 당시의 흔적들을 재해석한 것이다. 새롭게 변화하고 더욱 복잡해진 도시 콘텍스트라는 야생에 적절히 대응하며 적응하고 생존하는 유기체로서,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고한 자태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숲이기를 의도한 것이다.
작품명: 르보스케 /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65-24 / 설계: CIID / 설계 담당: 주익현, 송정은(에이메이커스 건축사사무소)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430.4m² / 건축면적: 226.27m² / 연면적: 1,136.15m² / 건폐율: 52.57% / 용적률: 149.44% / 규모: 지하 2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라임스톤, 화강석, 럭스틸, 테라코트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