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락더마켓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엘제이엘건축사사무소
물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적벽돌이 철재 박공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다. 고층으로 솟아 있는 주변에 비하면 낮은 높이다. 바다를 향한 주변의 조망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고층 건물들과 강한 대비를 이루며, 또한 묘한 조화를 이루며 생경한 해안가 도시 풍경을 그린다. 높다란 병풍처럼 세워져 가는 도시가 나지막하게 펼쳐져 있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권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동측의 매립 지역에 위치하는 상업 공간이다. 1980년 경에 공유수면 간척 사업이 시작된 곳으로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도심화가 진행되고 있는 장소다. 부지 남측은 바다와 연접되어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광안대교를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고층 개발 및 분양’이라는 수익 공식을 갖고 있는 땅이다. 그럼에도, 주변을 따르지 않고 원래 비어 있던 공간 자체를 재해석하듯 공간은 낮게 펼쳐져 있다. 저층의 수평적 랜드마크와 공공성에 관한 사업주의 믿음 덕분이다. 상업 공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소위 ‘개념 있는’ 접근이 새로운 공간 가치를 구현하리라는 믿음 대로 귀결된 것이다.
간결하게 축조된 매스는 과거 농촌에서 수확물을 공동으로 보관하던 커다란 마을 창고를 연상시킨다. 부지와 거의 맞닿아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들이 어떤 장소성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귀 기울인 모습으로, 부산의 수변이 갖는 도시적 맥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무엇보다 도심 속 공동처럼 비어 있던 공간을 재현하기에 창고라는 원형이 적절한 모티프가 되고 있다.
3개로 분절되어 있는 박공지붕 아래로 보행과 차량의 들고 나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필로티형 지층 주차장의 진출입 방향이 다른데다, 중앙에 나 있는 계단을 통해서는 바로 상층으로 보행 진출입이 가능해서다. 덕분에 해변을 따라 나 있는 가로와 건축 공간 사이에는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박공지붕 아래로는 적벽돌 매스와 철골조가 견고하게 전개된다. 그 모습이 투명한 커튼월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며 주변에 경쾌한 활기를 선사한다. 특히,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남측 홀은 바다와 도시와의 간극을 연결하는 전이공간이다. 적벽돌의 대형 계단Grand Stair, 바다와 광안대교로 시야를 확장시키는 커튼월, 공유의 공간 등 외부와의 시각적 연계가 자연스럽다. 같은 풍경이지만 특별히 프레임된 공간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또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부지 인근에 자리하던 활어상, 노점상 등 과거의 기억은 마켓 내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땅이 갖던 지역성, 장소성, 문화, 사람들의 행위가 건축 공간 안에서 정서적으로도 승계되며 지역의 감성 창고로서 역할을 넉넉하게 감당한다.
작품명: 밀락더마켓 (MILLAC THE MARKET) / 위치: 부산광역시 수영구 민락수변로17번길 56 / 설계: 이승진_주.엘제이엘건축사사무소; 이주형_주.이권건축사사무소 / 감리: 주.건축사사무소앙코르 / 시공: 주.삼미건설 / 구조설계: 주.이루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설계: 진흥이엔지 / 전기설계: 진흥이엔지 / 소방: 진흥이엔지 / 건축주: 주.삼미 / 인테리어: 송주현 / 용도: 복합문화시설 / 대지면적: 7,722.00m² / 건축면적: 4,447.95m² / 연면적: 5,120.65m² / 건폐율: 57.60% / 용적률: 66.31% /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 구조: 철골조 / 외부마감: 치장벽돌, THK28 로이복층유리 / 내부마감: 치장벽돌, 콘크리트폴리싱 / 설계기간: 2019.7-2021.2 / 시공기간: 2021.2-2022.7 / 완공: 2022.7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