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피아크 주차장 복합시설
어반 아크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보게 되는 비계와 가림막이 이미 완공된 건물을 낯설게 한다. 공사장에서 안전장치로 사용되는 비계는 경량 설치물로서 구조체의 한시적인 외피가 되어 가로변 풍경을 메우곤 하고, 가림막은 그 엄청난 규모로 강력한 시각적 체험을 제공하곤 한다. 하지철물 구조인 두 재료가 새롭게 해석되어 감추어지지 않고 구조체 외부에 과감하게 드러나 있다. 알루미늄 타공판 밴드가 이 노출된 부재를 지지대로 삼아, 빛과 시야각에 따라 경투과도를 변화시키는 장치로 경사지게 설치되어 있다. 미완의 재료가 산업단지의 장소성을 은유하며 건축의 완성도와 완성미를 한층 끌어올린다는 접근이 인상적이다.
평택 진위 지구단위계획 지역에 들어선 주차장 시설로, 대규모 산업 단지의 부대 기능을 위한 지원시설 영역의 중앙부에 자리한다. 연면적의 70%를 주차장으로, 30%를 주차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서 주로 산업 단지를 방문하는 이들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주차공간을 겹겹이 쌓아 올린 이런 유형은 일반적인 프로토타입을 따라 저렴하게 지어지게 마련이어서 건축적 가치를 부여하기 힘들다. 공간 손실이 크고 동선의 효율성도 나오지 않는 보통의 양방향 통로 및 램프 방식을 과감히 외면하는 방식으로 차별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긴 램프 대신 센터 코어를 기준으로 주차면 슬래브가 반 층씩 램프로 오르내리는 ‘스킵플로어’ 구조가 적용된 것이다. 반 층을 이동하는 통로 자체가 램프의 역할을 하게 되고, 막다른 길이나 데드 스페이스 없는 회전순환동선 덕분에 램프 소요 면적이 준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면적 내에서 가능한 최대 주차대수와 유효 면적을 추가로 확보하고, 동시에 1층 상가의 층고도 반 층 높이고 있다.
상부에 주차장 기능을 얹고 있는 저층부 포디움은 가로와 대면하는 상업시설이다. 산업 단지의 보행 축과 지원시설 영역의 중심부에 입지한 대지의 콘텍스트를 따라서 도열하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단지라는 지역성을 모티프로 삼아 오래된 공장들을 연상시키는 벽돌 재료와 아치형으로 구성된 입면이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는 듯한 존재감을 연출한다. 주차장도 상가도 공공성을 바탕으로 하는 공간이다. 그 만큼 쉽게 모여 편하게 쉬고 즐겁게 경험하는 장소이기를 바라며, 산업단지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방주 같은 모습으로 발길과 시선을 유도한다.
대지 코너부에는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단지 내 보행 축과 연계되는 남측 가로에는 플랜트 박스와 벤치가 배치되어 있다. 북측 보행자 출입구에서 직접 연결되는 포디움 상부에는 어반 테라스가 쉼터로서의 역할을 한다.
해가 지면 주차 조명이 켜지면서 타공된 외피의 경계가 사라지고 투명해진다. 주차장 건물이 산업단지의 중심부를 부유하는 듯한 빛의 상자이자 등대가 된다. 낮보다 밝은 빛의 방주가 더 많은 발길을 끌어 모으며 장소를 활성화시킬 것이고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로써 주차장 공간에 대한 기존의 고착화된 인식이 다시 그려지게 되리라 기대된다.
작품명: 평택 피아크 주차장 복합시설 / 위치: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갈곶리 722-1 / 설계: 어반 아크 / 디자인팀: 임성우, 조민정, 허선 / 시공: (주)효성건업 / 용도: 주차전용건축물 / 대지면적: 2,503.3m²/ 건축면적: 1,986.5m² / 연면적: 6,180.67m² / 규모: 5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 완공: 2021 / 사진: 김창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