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봉화에 위치한 폐교가 자연 속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친환경 숙박시설로 탈바꿈한다.
그 최적의 안을 선정하기 위해 개최된 기획·설계 제안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당선작은 건축사사무소 사이플러스에서 제안한 ‘어쩌다 하루’로, 당선팀은 총액 4억 9천만 원의 설계권을 갖게됐다.
금번 공모는 국내 중소 도시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 중인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조성사업’의 일환이다.
현재 중소도시의 숙박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 및 대도시에 비해 질 좋은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며, 규모나 서비스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광 자원과도 그다지 연계가 되지 않아, 그야말로 거쳐 가는 ‘숙소’에 불과한 상황.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조성사업’은 이러한 지방 소도시 관광산업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핵심은 지자체가 소유의 유휴시설에,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더하여, 지역 맞춤형 콘셉트의 숙박시설로 조성하는 것. 숙박시설 자체가 방문 동기가 될 수 있을 만큼 매력도 높은 지역 특화 건축물로 리모델링하는 게 목표인 만큼, 공간 기획 및 개발팀과 건축설계팀이 함께 콘셉트와 방향성을 설정한 뒤, 위탁운영자가 협력하여 구체적인 공간, 프로그램, 운영 방안을 계획하고 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지자체의 자산과 민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전문 지식이 결합되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지난해 친환경 숙박시설 조성사업의 첫 사업지 중 하나로 선정된 봉화군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분천역 중심의 관광시설과 산타열차 운행으로 주목받고는 있지만, 인근에 숙박시설이 전무하여 체류형 관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봉화군은 소천면에 위치한 분천분교를 숙박시설로 증축·리모델링하고, 분천 산타마을 관광자원과 연계하여 지역의 새로운 관광거점으로 삼고자 공모를 개최하게 됐다.
대상지인 분천분교는 지난 2021년 폐교된 시설로, 2층짜리 본관과 사택, 창고 등 다섯 개의 부속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 내에서 방치되고 있는 유휴자원이기도 하지만, 대표적 관광자원인 분천산타마을이 바로 길 건너편에 있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한 입지 조건이다. 또한, 대상지는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지역 특성화를 살리기에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조건들을 반영하여 숙박이 곧 봉화를 방문할만한 이유가 되는 공간 계획을 제안 받았다.
지난 4월 말 개최된 공모에는 전국에서 총 26개 팀이 참가 신청을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지난 5월 말 건축, 숙박, 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진의 평가를 통해 최종 당선팀이 선정됐다.
건축사사무소 사이플러스의 ‘어쩌다 하루’는 2층 규모의 숙박시설로, 본관 1층을 활용해 라운지와 컨시어지, 카페,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을 조성하고, 2층에는 다양한 유형의 객실을 배치한 안이다. 또한, 기존의 정원을 둘러싸는 구조로 신관을 증축하는데, 신관은 디지털노마드로 여겨지는 현대인들의 업무 특성과 트랜드를 고려해 장기 숙박이 가능한 업무 아지트와 전시존으로 구성했으며, 별동에는 마당을 쓰는 공방과 가족형 객실을 배치했다. 잔디광장은 평상시에는 캠핑존으로 사용되지만,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대형 이벤트장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당선작에 대해 심사진은 “폐교 교사동의 정체성을 적극 유지하면서도, 증축되는 신관과 별동의 배치를 통해 운동장 영역의 비워진 여백을 에워싸며, 전체 부지의 성격과 활용의 가치를 증식시킨 우수한 제안”이라고 선정의 배경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건축적 제안과 더불어 운영적 가치를 건축시설과 일체화시켜 지속성과 가치 증식의 수용성을 도모한 전력이 잘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전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청사진을 마련한 분천분교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사업은, 2023년 12월 개장을 목표로 위탁운영자를 선정하고 설계 및 건축 과정에 협력하여, 구체적인 공간, 프로그램, 운영 방안을 계획하고 시설을 조성 해나갈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봉화군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사업 추진을 계기로 지역 현지 콘텐츠가 결합된 이색적이고 경쟁력 있는 숙박시설을 공급함으로써 봉화군의 관광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관광숙박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사업에 대한 기대와 의지를 표했다.
한편, 첫 사업지인 봉화군 분천분교에 이어, 올해는 남원과 하동, 해남의 유휴시설을 대상으로도 공모가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이 지속적으로 계속될 예정인 만큼, 민관의 협력을 통해 침체된 지역 관광산업 살리기의 청신호가 켜지길 기대한다. 자료제공 / 봉화군
당선작
어쩌다 하루 _ 건축사사무소 사이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