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2-12-26
요즈음 건축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
“건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건축가 국형걸이 오래전 대학교 입학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었던 그 질문은 그의 건축 인생을 관통한 질문이 되었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도로서, 실무를 다루는 건축가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매 순간 매 입장에서 건축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탐구했다. 그리고 이제야 이렇게 정의를 내린다. 건축이란 ‘내가 건축가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라고.
그래서일까. 그는 끊임없이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며 건축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학계와 현장을 넘나들며 건축의 외연을 넓혀나감과 동시에, ‘요즈음 건축’의 본질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그의 오랜 고민과 실천의 자취를 담은 책 ‘요즈음 건축’이 출간됐다. 총 네 장에 걸쳐, 최근 건축의 경향을 간결하게 분석·정리하고,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을 예로 들며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1장 ‘깊게 바라보기‘에서는 건축가로 일하면서 마주하게 된 고민을 얘기한다. 재료, 기술, 형태, 색, 디자인 등 건축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을 주제로 삼아, 이것이 어떤 고민과 이어질 수 있는지,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함께 제안한다.
2장 ‘넓게 생각하기‘에서는 건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타 영역과의 상호작용을 다룬다. 현대 사회에서의 건축의 의미와 트렌드를 소개하고, 건축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건축과 사회의 연관성에 주목하여, 우리 건축계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가 하면, 혁신이 없이는 도태되는 오늘날 우리의 건축은 이대로 괜찮을지, 뼈있는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3장 ‘새로움을 찾아‘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의 기록들이다. 내구성과 재활용도가 높은 파렛트를 모듈로 활용한 실험, 9천여 개의 각재로 목구조물을 제작한 실험 등, 지금까지 그가 해온 다양한 도전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을 통해 현대 건축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험적 소재들을 소개하며 건축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마지막 4장 ‘조화로움을 찾아‘는 저자가 건축가로서 작업했던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학교나 주택의 인테리어부터 공공디자인, 상업시설 설계까지, 책에서 설명한 고민과 실험들이 실제로 어떤 결과물로 완성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구상과 이를 실천하는 건축적 실험들, 그리고 현장감 넘치는 실무 과정과 그 결과물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저자가 생각하는 ‘요즈음 건축‘의 정의가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건축을 잘 몰라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저자는 시종일관 건축이라는 묵직한 영역을 가능한 가볍고 친근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건축에 대한 고민과 해결 방안, 최근 건축의 경향과 건축이 나아가야 할 길까지, 가볍고 흥미롭게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접해보는 시간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