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T 하우스
박공지붕 아래 노출콘크리트, 이를 촘촘하게 에워싸고 있는 루버가 동화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무성한 수풀 가운데 앉아 자기 영역만을 애써 지키는 듯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다. 지붕을 뚫고, 벽과 커다란 창을 타고, 루버 틈을 비집고, 끊임없이 빛이 이어져 들어온다. 빛을 따라 온 그림자와 숲의 풍경도 여기저기에 드리우며 흔적을 싣는다. 완곡하게 닫혀 있을 것만 같던 외부 모습과 달리 안은 느슨하게 여유가 흐르는 모습이다.
드라마 촬영지인 ‘마임비전빌리지’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된 곳이다. 1층은 방문객들이 모여서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 주변의 잔디밭과 연계가 용이하도록 계획되어 외부와 내부 공간이 동시에 활용될 수 있다. 2층은 강연장이자 공연장이 주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공연자 혹은 강연자와 관객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공연자 혹은 강연자와 관객을 위한 외부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서 주변을 둘러싼 녹음을 한껏 경험할 수 있다.
주변의 자연환경이 꽤 광대하고 풍성하지만 공간과 자연이 직접적으로 연접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외부 공간이 자연과 건축물 사이에 자리하며 둘을 잇는 중간지대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자연이 주는 도움이 없이는 어떠한 디자인적 요소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건축물의 존재 자체가 건축적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빛을 빼고 이야기하기에도 어려운 공간이다. 재료에 대한 고민 역시 빛에 따른 그림자를 깊이 의식하고 있다. 빛은 공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것을 통해 존재감을 알린다. 특히 전체 매스를 감싸고 있는 루버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며 빛의 변화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동시에 주변의 자연을 시각적으로 연결해 주는 고리이기도 하다. 자연과 건축물을 매개하는 물질로서 그 유연성을 극적으로 표현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색감과 재질면에서 루버와 이질적이고도 묘하게 어우러지는 지붕은 징크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하나하나 직접 발색한 덕분에 획일적이지 않은 색감과 느낌으로 조합된 모습이 자연 속에서 더욱 다채롭고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Space for Air, Light, Tree’의 첫 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적 풍경과 현상들이 집의 성격과 장소적 의미, 공간 구성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특히, ‘자연의 빛이 없는 공간은 결코 건축적 장소에 이를 수 없다’는 루이스 칸의 말을 재해석한 과정이자 결과물로 소개할 만하다. 공간 속으로 스며드는 빛이 감도를 달리하며 그 공간을 조절할 때 같은 듯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공간은 몸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은 비워져 있는 것 같지만 빛으로, 그림자로, 풍경으로 늘 채워져 있다. 그들을 탐하는 틈과 여백을 만나게 되는 곳이다.
작품명: S.A.L.T house / 위치: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용은리 / 설계: S.E.E.D haus / 건축가: 백상훈 / 설계팀: 백은정, 안성현, 조현우, 이지선, 김희정 / 조명: 매버릭스 / 시공: 공정건설(주) / 용도: 방문자센터 / 대지면적:94,483.5m² / 건축면적: 1,273.80m² / 연면적: 2,225.28m² / 규모: 지상 3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알루미늄루버, 발색 STS강판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석재 / 설계기간: 2018.12~2019.9 / 시공기간: 2020.2~2021.4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