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학교 중학교 도서관
존홍 | P:A
1층 파사드에서 단연 눈에 띄는 큐브 형태의 돌출 창에 집중하게 된다.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어 내고 햇빛을 건물 안 깊숙이 끌어들이는 통로가 되는 곳이다. 돌출 창 바로 앞에는 정원형 데크와 파빌리온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 역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는 장소가 되거나 또 다른 수업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파사드의 내외부는 도서관 내부와 캠퍼스 사이에 상호 관계를 형성하고, 단조로움을 당차게 거부하는 표정으로 내부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유도한다.
서울외국인학교 중학교는 연희동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위치한다. 40년 간극의 옛 건물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혼재된 양상은 시대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하다. 새로운 도서관 작업은 반쯤 땅에 묻힌 35년 된 중학교 건물의 1층을 전용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과거에 필로티 형태의 주차장이던 1층이 현재는 캠퍼스 전체를 관장하는 IT 오피스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1층 한가운데에는 멈추거나 허물 수 없는 IT 서버룸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고 보면, 새 도서관 프로젝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두 시대를 연결하는 작업이자 실용성과 이상을 동시에 충족하는 작업이다. 답은 주어진 공간 속에 새로운 공간을 삽입한다는 의미에서 ‘건물들 속의 건물들’ 개념에서 찾고 있다.
파사드 뒤로는 건물 동측의 제작실과 서측의 계단실을 연결하는 도서관 주 동선이 자리한다. 책장으로 만들어진 벽과 사이사이에 껴 있는 열람 공간들이 서 있기 때문에 이 공간은 복도 본연의 실용성에 충실하면서도 도시 속의 거리처럼 느껴진다. 학생들은 이 활기찬 길을 횡단하는 도중에 잠시 멈추고 즉흥적으로 휴식할 수 있다.
도서관의 중심은 넓게 트인 공용 공간이다. 학교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방침에 따라 모든 의자들은 철거된 고등학교 도서관의 것들이 재활용되고 있다. 반원형 모듈의 소파들은 공개 강연, 대규모 수업, 상시 열람 공간 등 필요에 따라 재배치될 수 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서버룸 유리벽을 통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광경이다. 학교의 핵심 설비를 노출시켜 현대 정보 통신이 상징하는 디지털 에테르와 책이 상징하는 아날로그 세계의 대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다. 디지털의 이미지가 스며드는 푸른빛 열람 공간과 공용 공간을 밝히는 예스러운 텅스텐 전구들(실제로는 LED)이 이러한 서사를 담아 풀어내고 있다. 다른 두 시대가 병치되는 풍경인 것이다. 옛것과 새것을 연결하며 나아가고 있는 시간의 과정을 현재의 장소를 통해 각인시키고 경험하게 한다.
공용 공간과 마주하는 세 개의 회의실은 도시 속 건물과 같이 캐노피와 파사드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들 속의 건물들’ 개념을 더욱 강조한 산물이다. 문이 모두 열리면 세 방들은 다공성 벽감이 되어 구획을 넘어 연장된 하나의 공간으로 보인다. 도서관 남측 사분면을 차지하는 서가에서도 기존 도서관의 가구들이 재사용되고 있다. 자칫 자투리 공간으로 버려지기 쉬운 서가의 코너들에는 2층 열람 침대가 놓여 있다. 학생들이 책 속에 파묻힐 수 있는 놀이터 겸 학습 공간이 되면서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열람 장소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에는 공공 공간이 부족한 소위 ‘시대에 뒤떨어진’ 기능주의 유형의 건물을 어떻게 전용할지에 대한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 전용에 관한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다. 도시에 산재한 근대의 구축물들을 도시 규모의 지속가능한 전략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에 관한, 하나의 작은 일례로서 살펴보면 어떨까 제안하게 된다.
작품명: 서울외국인학교 초등학교 도서관 리노베이션 /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22길 39 / 설계: 존홍(서울대학교), 강승재 / 설계팀: 장진욱 / 시공: Cplus Design. / 기계설계: Myungbo Air / 건축주: 서울외국인학교 / 용도: 도서관 / 대지면적: 445m² / 완공: 2018년 / 사진: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