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소원 기자
기사입력 2023-10-30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의 변경안이 10월 25일부터 11일 8일까지 주민 공람에 들어간다. 안은 종묘부터 퇴계로 일대까지 약 43만m²의 부지를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및 주거 건물, 다양한 문화 및 상업 시설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심’ 핵심으로 민간 재개발 시 반영해야 할 지침을 담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도심에서 손꼽는 낙후 지역이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2006년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 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서울시 정책이 재생과 보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변화의 기회와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재개발이 좌초된 세운지구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97%에 달하며, 붕괴나 화재 등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이 57%에 이른다. 그중 40% 이상이 현 소방시설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며, 화재 시 소방차 진입에 필요한 최소 폭 6m를 확보하지 못한 도로는 65%나 된다. 이들은 생활의 불편을 넘어 지역 주민과 시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건들이다.
이번 안의 핵심은 상가군을 공원으로 전환하여 도시 녹지축을 조성하고, 도심의 주요 간선도로가 교차하는 세운지구를 ‘일과 주거, 문화가 어우러진 글로벌 신 중심지’로 바꾸는 것이다. 상가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하면 지구 내 약 13.9만m² 녹지가 확보된다. 이를 통해 북악산에서 창덕궁과 창경궁,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고, 종묘 등 역사문화자산을 돋보이게 하는 역사경관 축을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거대한 상가군이 녹지로 전환되면 단절된 도심의 동서간 흐름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을지로 일대 업무 및 상업 시설 개발 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해 100만m² 이상의 신 산업 인프라가 형성될 수 있다. 지구 내 주택개발을 통해서는 공급 주택 수의 10%를 도심형 임대주택으로 확충해 직장인,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한다. 또한, 고품격 문화도시를 지향해 공원 하부에 대규모 뮤지컬 전용 극장을 건립하여,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적 공간인 인근의 충무로 일대를 도심 문화거점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변경안에는 이와 같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토지이용계획, 밀도계획,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높이·경관계획, 건축계획, 기반시설계획 등 부문별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시한다. 시는 이번 공람을 시작으로 지역 주민, 시민, 각계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계획안이 확정되면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내에는 오랫동안 자리 잡아온 인쇄업 골목과 방송통신장비, 전자, 조명 관련 점포 등이 있다. 개발 과정에서 이들의 소유주나 영세 임차인들과의 충분한 논의와 젠트리피케이션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