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올미술관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마이어 파트너스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 해서 이름 붙었다는 ‘솔올’. 짙푸른 바다와 늘푸른 산지가 아름다운 풍광을 그리는 강릉 교동 지역의 이야기다. 백색 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솔올 미술관이 소나무의 고장, 강릉 산지를 딛고 한 폭의 자연 경관 속에 자리 잡았다. 시원하게 뻗은 램프와 정갈한 매스, 투명한 유리 파사드로 군더더기 없는 옷차림을 한 것은 천혜 자연을 벗삼기 위해서이리라.
강릉의 새 공공 문화예술 랜드마크, 솔올 미술관이 지난 2월 14일 개관했다.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하는 예술 커뮤니티의 구심점이기도 한 이곳에는, 위상에 걸맞게끔 건물이 자리한 환경과 건축, 미학의 일체를 이루려는 고심이 그대로 담겼다. 미술관 전체 부지는 공원으로 설계되어 야외 공간과 더불어 정원, 숲, 산책로가 자연히 어우러진다. 기존 경관을 유지하고 그것을 배경으로 삼아 해발 62m의 전망을 누리는 모습이다.
연면적 3,221.76m²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은 외부와 적극 소통한다. 전반적으로 간결한 디자인은 한국 전통 문화와 미를 반영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다. 주변부를 가득 담는 개방된 입면, 산책하듯 길게 이어지는 야외 진입로, 중정을 품은 채 내부를 활짝 드러낸 전면은 투명하기 그지없다. 중정을 중심으로 캔틸레버 구조의 북쪽 메인 전시장, 또 다른 전시장과 사무 공간을 수용하는 ‘큐브’ 매스, 그리고 주 출입구, 로비, 카페와 연결된 투명 파빌리온으로 구성된다. T자로 배치된 매스를 엮는 수직, 수평 동선 사이로 내외부 전시물, 건물 발치의 수공간, 그 너머 정원의 경관 요소가 곁든다.
내부 전시장은 순수한 공간으로서 한없이 고요하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은 자연의 빛. 전면 창으로 빛을 끌어들이되 일부 위치에선 반투명한 유리를 통과한 빛이 은은하게 확산된다. 각 전시장은 자연광과 조명을 적절히 제어하여 필요에 따라 다른 연출을 선보인다. 때로는 여분의 높이를 활용한 천창으로, 때로는 바깥 풍경을 담는 프레임으로 백색의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순수성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건축된 공간은 예술 작품의 완벽한 배경이자 자연 속 여백으로 조화를 이룬다. 공간을, 예술을 관람하는 여정을 따라 그 지속적인 대화에 귀기울여 본다.
첫 번째 도약으로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과 < In Dialog: 곽인식>이 개최된다. 전시실 1에는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가 ‘공간주의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제작된 작품 21점이, 전시실 2와 로비에는 그의 공간환경 연작 6점이 설치되었다. 특히 공간환경 연작은 작품 원본이 전시되었던 1940년대 공간 형태와 네온 효과를 그대로 재현했다. 전시실 3에는 루치오 폰타나와 미학적인 접점을 연상케 하는 한국 미술가, 곽인식의 작품이 소개된다. 다음 기획전으로는 추상표현주의 여성작가, 아그네스 마틴의 국내 최초 미술관 규모 개인전을 개최될 예정이다.
작품명: 솔올미술관 / 위치: 강원도 강릉시 교동 산303-3 / 설계: 마이어 파트너스 / 설계팀: 연덕호 (파트너), 기예르모 무르시아 (리더), 샤론 오 (프로젝트 설계자 및 매니저), 최형규, 정유화, 아베 테츠히토, 준 카와이 / 시공: 아세아 종합건설 / 건축주: 주.교동파크홀딩스 / 용도: 문화시설 / 대지면적: 31,262m² / 건축면적: 2,453m² / 연면적: 3,222m²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외부마감: 흰색 노출 콘크리트, 알루미늄 커튼월, 알루미늄 복합 패널, 유리, 석재 / 완공: 2024 / 사진: 마이어 파트너스, 이용백, 솔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