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서울건축비엔날레 럭스틸 파빌리온 / 운생동
Luxteel Mountain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Unsangdong Architects Cooperation
힘 있게 솟아 있는 철골기둥 위로 스틸 소재의 지붕이 오르내리며 경사를 이루고 있다. 기둥의 간격이 일정한 데다 지붕의 경사가 완만하다. 게다가 주변 건물들의 높이에 비해 지면을 따라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기둥과 지붕이 전부인 건물이다. 형태도, 구성도, 재료도, 지극히 단순하고 간결함으로 인해 오히려 강렬하고 다부진 인상을 풍긴다.
세종대로는 조선, 대한제국, 현재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간직한 서울의 심장과도 같은 장소성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지는 조선시대 서학당길과 대한제국 신작로가 만나는 (구)국세청별관을 허물어낸 곳이다. 시청과 덕수궁과 성공회 사이에 자리하는, 현재로서도 의미가 큰 대지에 프레서울건축비엔날레 전시장으로 계획된 건물이다. 추후 열린 공원으로 활용될 계획 아래 프레서울건축비엔날레 파빌리온이라는 전시공간으로 임시 활용하는 작업이다.
짧은 시간에 전시공간을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과 한계 속에서 기존의 대지를 그대로 활용한 가설건축물 형식의 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대지 전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기둥을 세워 ‘기둥의 숲’을 만든 후 지붕을 덮어 마무리한 것이다. 각 실로 나누어지지 않고 전시공간 전체가 하나의 공간으로 열려 있고 연결되어 있다. 그런 만큼 다양한 전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변성이 높다. 기둥의 숲으로 이루어진 유니버설의 전시공간은 미디어 모니터, 가벽, 전시박스로 채워진다.
전체가 하나의 공간이지만 경사지붕은 3개의 레이어로 분리되어 있다. 분절된 틈 사이로 자연광이 스며들어 공간 안으로 떨어진다. 서로 다른 높이와 다른 켜의 천장들이 평면적으로 열려 있는 전시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산이 솟았다 내려와 골을 이루고 골 사이로 빛이 흐르는, 말하자면 도시의 지붕은 이 땅의 산수 형태를 단순화시켜 은유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대부분의 전시용 설치공간은 전시가 끝나면 철거되어 폐기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회성의 전시공간으로 그치지 않는다. 3개의 레이어의 공간을 분리하여 적절한 장소에 재구축하는 재활용의 개념이 물성과 단순한 구성 및 제작에 포함되어 있다. 혹은 공공영역의 또 다른 프로그램을 담는 공간으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으로 상실을 겪어본 바 있는 조선의 지형을 재구축과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은유하고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담아두게 되는 공간이다.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 설계: 운생동 / 용도: 전시 파빌리온 / 규모: 지상2층 / 완공: 2015년 / 사진: 윤준환, 운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