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민들레농원
프로젝트의 시작은 이렇다.
2014년 어느 날, 건축가는 지인의 소개로 충주에서 하얀민들레를 재배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한때 갑상선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었고, 그 일을 계기로 고향에 내려와 민들레 농사를 시작하게 된 분이었다. 하얀민들레를 알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얀민들레가 한국 토종 식물이라는 것도, 항암효과가 뛰어나 많은 암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그때 알게 되었다.
대지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산 끝자락에 위치한 대지는 남쪽을 제외한 세 면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주변 여기저기에 무덤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지에 들어설 건물은 집이자, 공장이자,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카페이기도 하다.
망자들의 땅이자, 삶의 희망을 담은 약을 만드는 공간. 사뭇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하기 위해 건축가는 대지의 독특한 상황과 잠재적 이용자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투병으로 지친 환자와 그 가족들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주고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 따듯한 차 한잔을 나누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곳을 둘러싼 자연을 통해 오감을 자극받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긍정의 에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자연과의 교감이 중요한 작업이었던 만큼, 건물은 북쪽의 뒷산에서부터 내려오는 자연의 흐름을 끊지 않게끔 신중하게 배치됐다. 이렇게 선택된 자리가 바로 대지 중앙이다. 언뜻 보기에는 자연의 흐름을 가로막는 위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물 정 가운데 위치한 카페의 전후면에 접이식 문을 설치하여, 문만 열면 앞뒤가 완전히 트이게 되면서, 오히려 자연이 안마당까지 흘러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카페 앞뒤에는 마치 한옥의 툇마루와 들어열개창 같은 역할을 하는, 2.1m 깊이의 캐노피와 데크를 설치했다. 접이식 문을 완전히 열어젖히면, 데크가 깔린 곳까지도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무색한, 어우러짐의 공간이다.
수공간과 앞마당은 짙은 갈색빛의 목제 스크린으로 둘러싸인다. 스크린은 목제 패널을 3cm 간격으로 띄워서 만들었는데, 이 틈은 건물의 경계를 흐리는 장치이자 자연이 드나드는 통로가 된다. 건물로 들어온 자연은 스크린으로 감싸져 있는 앞마당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저 멀리 남쪽의 야트막한 산으로 흘러나간다.
자연은 가만히 앉아있는 건물에 시시각각 다른 효과를 더해 넣는다.
고요한 물에 반사된 반짝이는 햇살의 일렁임.
계절과 시간을 알려주는 스크린의 그림자.
수공간과 물확에 떨어지는 빗소리.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풍경.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건물보다 자연의 빛, 바람, 소리, 냄새로 남기를 바란다.
작품명: 하얀민들레농원 / 위치: 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제내리 340번지 / 설계: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강영진, 강우현) / 시공사: 승하건설주식회사 / 건축주: 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하얀민들레농원 / 지역지구: 생산관리지역, 가축사육제한구역 / 주요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제조업소) / 대지면적: 2,168m2 / 건축면적: 191.63m2 / 연면적: 191.63m2 / 건폐율: 8.84% / 용적률: 8.84% / 층수: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사진: 강우현 –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