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카페 수애기
Bakerycafe Suaggy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유재 | SIYUJAE architects & planners
가늘게 굽어진 해안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뭍이 맞닿아 있다. 짙은 먹색을 한 제주의 돌도, 호수처럼 잔잔한 제주의 바다도 모두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모습이다. 마치 땅이 저 멀리 뻗어나가 연장된 듯 제주의 바다가 드넓은 평야처럼 펼쳐져 있다. 울퉁불퉁 제주석의 모양, 제주 바다의 색감, 갈색과 먹색의 중간 즈음되는 땅, 미풍에도 이리저리 쓸리는 들풀들, 땅의 형태대로 나 있는 길, 모든 게 ‘제주스럽다’. 오래 전부터 자리를 지켜 온 땅의 원풍경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로 건물 역시 그 일부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굽어진 해안도로 경관에 순응하는 형태로, 기존의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풍경을 왜곡 없이 순수하게 담아내고 있다.
대지는 모슬포 항에서 0.7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모슬포 항과 동일1리 사이의 해안도로에 접해 있다. 주변에 주로 밭이 자리하고 있으며, 1~2층 건물들이 해안도로를 따라 흩어져 있다. 그 풍경들 사이에 송판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단층의 공간이 묻히듯 앉아 있다. 무채색의 색감이 경관을 방해하지 않고, 단출한 단층의 높이가 낮게 깔려 있는 땅과 바다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모습이다.
대지 앞으로 펼쳐진 조망을 한 장면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파노라마처럼 연이어 훑어볼 수 있도록 굽어진 길의 형태를 따라 평면계획이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개방감 또한 극대화되어 있다.
원형의 매스가 확장된 형태로 가벽과 열주가 세워져 있는데, 이 역시 주변의 풍경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내외부 공간을 매개하는 영역으로서 바다로의 조망과 제주의 조경이 건축 프레임 안으로 성큼 들어와 있는 광경을 연출한다. 건축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입체적인 관계 맺기를 의도한 것이다.
투명하게 열려 있는 곡면의 창으로 제주의 시간과 풍경이 드나들고 흘러간다. 파도를 철썩이며 뭍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하는 모습,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색을 고스란히 품는 모습, 아침 해를 밀어올리고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삼키는 모습, 이는 바람 따라 춤을 추는 모습, 제주 바다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기승전결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는 또 하나의 제주다.
작품명: 베이커리 카페 수애기 / 설계: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유재 /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31,32 / 지역, 지구: 보전녹지지역, 수변경관지구 / 대지면적: 1,183㎡ / 건축면적: 231.64㎡ / 연면적: 225.33㎡ / 규모: 지상1층 / 건폐율: 19.58% / 용적율: 19.04%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마감: 송판노출콘크리트 / 설계: 2018 / 준공: 2019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