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비롯한 프랑스 건축가들의 가구를 선보이는 전시 ‘CASE STUDY #1: INSIDE THE HOUSE’가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전시 제목은 건축 및 디자인 예술 잡지 아트&아키텍처Arts & Architecture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1945년부터 1966년까지 진행한 프로그램 ‘Case Study Houses’를 참조한다. 프로그램은 르 코르뷔지에를 포함해 그와 영향을 주고 받은 당대 건축가들에게 의뢰한 36가지 주택 디자인에 바탕하여 현대 주택의 기준을 재정의한 내용을 담는다. 유사한 방식으로 본 전시에서는 주택의 세부 요소인 가구를 중심으로 하여 내용이 전개된다.
전시는 르 코르뷔지에와 그의 사촌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마찬가지 그의 건축 여정을 함께한 프랑스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과 장 프루베Jean Prouvé가 1920년~1960년대에 디자인한 가구 26점을 조명한다.
특히 르 코르뷔지에가 마르세유에 설계한 시테 라디우스에 설치되었던 가구 작품 ‘어 페어 오브 스크린/룸 디바이더A pair of screens/Room dividers’가 공개된다. 이 스크린은 벽감이나 찬장과 같은 작은 공간을 둘러싸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르 코르뷔지에 건축에서 두드러지는 기하학적 수직과 곡면이 모두 적용된 독특한 형태를 띠는 만큼 주목할 만하다.
피에르 잔느레가 르 코르뷔지에와 인도 찬디가르 프로젝트에 참여해 디자인한 엑스 레그 암 체어Arm chair X leg, 파일 랙File rack, 스퀘어 테이블Square table, 분해 가능한 로우 체어low chair 등 잔느레 특유의 개성이 드러나는 가구 컬렉션도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 프랑스 모더니즘을 주도한 샤를로트 페리앙이 디자인한 의자 컬렉션과 다이닝 테이블도 재조명한다. 여성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1920년대 파리 예술계 분위기 속에서도 획기적인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명성을 얻은 뒤, 이를 계기로 르 코르뷔지에 건축사무소에 합류한다. 작품은 당시 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10년 동안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여한 결과물이다.
장 푸르베가 1948년경 디자인한 더블 암 체어Double arm chair, 비슷한 시기에 최초 제작하여 발전시킨 테이블 등 또한 집중 조명한다. 그는 1929년 프랑스에서 현대예술가연합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르 코르뷔지에, 잔느레, 페리앙과 건축 및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협업하거나 공동으로 전시를 열었다. 서로 꾸준히 교류했던 여정이 축적된 작품이다.
c3르 코르뷔지에는 그의 저서 <건축을 향하여>에서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건축에 따라 변화하는 생활 양식을 발견하고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인식하였으며, 1905년부터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계획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한 시대를 장식한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을 전시에 소개된 이들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헤리티지 가구와 가구가 존재하던 시공간의 틀에서 영향 받은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르 코르뷔지에 건축물을 마주하며 느낀 감각과 기억을 회화 언어로 승화시킨 국내 작가 김수영의 회화 작품, 그리고 공간에 따른 변화 가능성과 시간 흐름에 따른 기억의 흔적을 형상화한 정소영의 조각 작품을 통해 디자인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질문해 볼 수 있겠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계속된다. 자료제공 / 원앤제이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