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커브하우스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슈퍼스트링 건축사사무소
곡면으로 완만하게 둘러싸여 있는 마당 안으로 많은 것들이 담긴다. 눈부시게 환한 태양빛과 하늘부터 들판보다 넓게 펼쳐져 있는 남해와 수평선,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앉은 이웃집 풍경, 해안선에서 나지막한 구릉을 따라 오르는 푸른 나무들, 그 이상을 품을 정도로 넉넉하다. 곡선을 그리고 있는 공간 덕분에 집안 어느 곳에서나 시선이 환하게 열려 있어서다.
회사 직원들을 위한 숙소 겸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경상남도 고성군 회화면 봉동리 당항포 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서쪽으로 당항포 국민관광단지, 북쪽으로는 노벨CC, 남쪽으로 메리모나크 마리나 클럽과 마리나 계류장이 위치한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집은 세 차례의 일종의 진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출발은 경사를 이용한 테라스 하우스 형태다. 대지에 가장 순응하는 방식인 데다 햇빛과 바다로의 전망, 아름다운 주변의 자연 풍경 등을 적극적으로 담아 보려는 의도에서다. 테라스와 발코니처럼 건물의 내 외부를 연결해 주는 매개 공간 혹은 전이 공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자 한 계획안이다. 그러기 위해 서향을 열어야 하는데, 풍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축주에게 서향이 문제가 되었다.
기능적으로도 서향보다 남향집이 쾌적하다는 판단에 2차 계획안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각 층의 각도를 조금씩 틀어서 최대한 남향에 가깝게 건물을 돌아 앉히는 식이다. 대지의 형상을 따르는 동시에 풍수 문제도 만족시킬 수 있는 안이지만, 형태와 평면이 한쪽으로 치우쳐져서 공간이 비틀어질 수밖에 없다.
틀어진 형태와 평면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대안이 곡선이다. 어느 방향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 모든 향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는 형태다. 정남향을 중심으로 한 곡면의 파사드로 인해 집이 서향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동시에 곡선이 태양의 궤적을 따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굽어지면서 자연광이 집 안 깊숙한 지점까지 풍부하게 들어가 닿는다. 원호의 중심이 마리나 해상 계류장 쪽을 향하고 있다. 덕분에 앞선 계획안들보다 전망도 훨씬 좋아진 셈이다.
완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앞 부지에 새로운 건축이 들어섰다. 그로 인해 도로 쪽 전망이 1층 높이까지 가려지고 있지만, 인접 건물로부터 조망권의 피해를 최소화한 덕분에 오히려 곡선 형태의 파사드가 더욱 빛이 난다.
작품명: 커브 하우스 / 위치: 경상남도 고성군 회화면 회진로 537-20 / 설계: 슈퍼스트링 건축사사무소 / 건축가: 제상우 / 설계팀: 박희주 / 시공: 주.포스종합건설 / 구조설계: 도야구조 / 전기, 기계설계: 주.태영이엠씨 / 건축주: 주.남강로지스틱스 /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 용도: 연수원 숙소 / 대지면적: 572m² / 건축면적: 208.93m² / 연면적: 349.78m² / 건폐율: 36.53% / 용적률: 48.59%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높이: 7.02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화강석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수성페인트, 원목마루 / 설계기간: 2021.5.~2021.11. / 시공기간: 2022.2.~2023.2. / 사진: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