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빙 블록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석철목
날 선 직선들 사이에 동글동글하게 비집고 들어가 동그마니 앉아 있다. 곡면의 형태가 주는 특유의 부드러움에 백색이 더해지면서 몽글몽글한 감성이 더욱 강조된다. 누워 있는 듯한 반원형 기둥은 그저 얌전하지만은 않다. 몸부림을 치듯 살짝 몸을 비틀면서 두 개의 틈을 만들고, 그 지점을 입구 삼아 안팎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유아용품 전문 기업의 직원 휴게 공간이자 제품 촬영 장소로서, 물류 및 유통업 산업단지로 잘 알려진 대전시 안영동에 위치한다. 안영동은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공장 건물들이 즐비한 지역으로서 디자인적 감수성이나 휴게 공간의 개념을 찾아보기 어려운 장소다. 기존 공장 건물들 사이의 공터에 기존에는 없던 개념의 공간이 삽입된 프로젝트라는 것을 곡면의 백색 파빌리온이 온몸으로 설명한다.
눕혀 놓은 반원형 기둥의 형상은 장난감 블록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기하학적 형태의 파빌리온이다. 노출된 콘크리트 벽체에 PTFE 천막을 사용해 천막이 만들어 내는 유연성 있는 형태가 견고한 콘크리트와 절묘하게 결합됐다. 그 형상 특유의 운치를 유지하기 위해 콘크리트, 천막, 적벽돌, 스틸의 네가지 물성으로 재료가 제한된 채 설비적인 요소들을 가리면서 정제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PTFE 천막과 콘크리트는 물성의 면에서도 독특한 합을 보여준다. 하나의 완벽한 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서로 다른 질감과 색감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제시하고 있다. 콘크리트와 천막이 분리되는 3미터 높이의 기준점은 공간을 반으로 가르는 듯한 몸짓으로, 이와 같이 동일한 값이 연속되는 공간들만이 갖는 이차원의 착시적 효과가 이곳에서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바닥에 깔린 적벽돌 위로는 갖가지 스틸 재질의 가구들이 수 놓듯 놓이면서 공간 안 물성의 이미지도 풍부하게 연출되고 있다.
파빌리온이 도로변 쪽으로 전진 배치되면서 자연스럽게 프라이빗한 야외 정원이 형성됐다. 낮이면 천막 텐트 너머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자연광이 높은 천장의 홀을 채우면서 곡면의 벽체가 더욱 풍성해진다. 반대로 밤이면, 텐트 밖으로 가만히 스며 나오는 내부 조명이 정원을 비롯한 주변을 아늑하고 따뜻하게 밝히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다.
작품명: Curving block / 위치: 대전 중구 안영동 645-4 / 설계: 석철목 (디렉터 박현희) / 설계팀: 박현희 / 구조설계: 석철목, k-dome / 대지면적: 480m² / 건축면적: 165m² / 완공: 2023.2.1 / 사진: ⓒ홍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