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하우스
Deep House
빼곡하게 둘러서 있는 수목들을 푹신한 지지대로 삼아 집이 편안하게 기대고 있는 형상이다. 집의 배면이 아늑하게 가려진 것과 달리 전면은 평탄하게 정리된 채 훤하게 시야가 열려 있다. 북한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등산로 입구 꼭대기에서 동네를 한눈에 굽어보는 자리다. 똑 떨어지는 지상 3층 건물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 시작은 건물 우측으로 나 있는 지상 같은 지하 주차장 진입로에서 이루어진다. 반듯한 실내 주차장을 반석 삼아 비스듬히 산자락에 기대어 앉은 옆모습을 보니, 지붕이라고 할 것은 딱히 없고 벽이 깊다.
현관 옆에 주로 문간방이 자리하고 안방은 반대쪽에 있게 마련이지만, 이곳에서는 현관과 안방이 동시에 동일한 동쪽에 자리한다. 풍수지리상의 이유로 건축주가 요청한 사항으로, 지하층을 외부에 최대한 노출시킴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동쪽 대문에서 완만하게 올라 도달한 지하의 주차장과 현관이 1, 2층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고, 1층의 안방 바로 앞 남쪽에는 마당이 자리한다. 연세가 많아 계단을 자주 오르내리기 힘든 의뢰인을 위해 층간 이동을 편리하게 계획하면서도 현관과 안방을 동시에 동쪽에 마련한 것이다. 수평적으로는 불가능한 배치를 수직적으로 해결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보다 입체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대지가 속한 지역은 전용주택지역이자 자연경관지구다. 구청의 건축심의를 받아야 하고 용도는 단독주택만 가능하다. 규모도 최대 2층, 높이 8m까지만 가능한 지역이다. 단, 1:3 경사지붕을 적용할 경우 최고 높이가 12m까지 완화되는데, 이 조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3의 경사지붕이 과감하게 연장되면서 비스듬히 누운 벽과 지붕이 하나로 통합된 모습이 그것이다. 외부의 경사진 벽과 별도로 내부에는 반듯한 수직 벽이 세워져 있어 둘 사이에는 자연스레 틈이 생겨나 있다. 그 틈이 보온병처럼 단열 성능을 높여 아파트처럼 외풍 없는 집을 제안하고, 동시에 수납장들이 매입되는 여분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요소가 코너 창이다. 아름다운 경관을 집 내부로 최대한 끌어들이면서도 외풍이 적은 집을 만들기 위한 장치다. 경관을 위해 창을 넓히자니 단열 성능이 저하되고, 단열을 위해 창문을 줄이자니 주변의 자연을 놓칠 우려를 해소한 열쇠다. 모서리를 작게 비워내고 있을 뿐임에도 주변의 자연을 내부로 매우 넉넉하게 끌어들인다. 이 개념을 확장하여 창문 전체를 코너 창으로 제안하고 있는데, 덕분에 단열 성능이 유지된 채 실내 곳곳에서 경관을 최대한 즐길 수 있다. 코너 창이 있는 곳마다 ’방 안의 방’ 개념으로 모퉁이 공간을 마련해 놓은 모습이 친근하다. 다락방이나 구석처럼 작고 조밀한 공간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 심리를 배려하고 다채로운 활동을 유도하는 요소다. 자연과 가까운 구석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담소하거나 책 읽는 모습이 상상된다.
작품명: 딥 하우스 / 위치: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 용도 단독주택 / 설계: 김호민 / 설계담당: 황선기 / 구조설계: (주)터구조 / 기계: 우진설비 / 전기 건창기술단 / 시공: (주)이안알앤씨 / 대지면적: 1,337.70m² / 건축면적: 270.15m² / 연면적: 647.71m² / 건폐율: 20.19% / 용적률: 27.71%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높이: 11.1m / 주차: 5대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THK0.7 티타늄 아연판, THK30 라임스톤, 송판거푸집 마감 노출콘크리트 /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벽지, 원목마루 / 설계기간: 2011.3~2013.3. / 시공기간: 2013.4~2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