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네트웍스 전기 자동차 충전소, 길동 채움
내부를 단속하는 건축물이라기보다 일종의 플랫폼처럼 열려 있다. 혹은 수직 광장 같은 열린 구조물 같은 분위기가 난다. 치장 없이 수수하게 펼쳐진 수평의 콘크리트 벽면, 그 양 옆으로 절곡된 알루미늄 유공판이 반투명의 외피로 떠 있어서다. 이런 유형의 플랫폼 건축은 여느 건축처럼 고정된 기능을 정착시키지 않는다. 새로운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흥미로운 기능을 유발하고 전환한다.
서울 강동구 길동 주유소가 있던 자리다. 좌우로는 대형 교회와 2백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자리하고 뒷쪽으로는 붉은 벽돌 마감의 다세대 주택들이 즐비하다. 전형적인 기존의 도시 풍경이 유지되는 장소에 미래의 주유 문화를 구상하고 실현해 본 프로젝트다. 자동차 연료 공급 방식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전기차 충전소에 문화 및 상업 기능들을 더하여 새로운 미래 라이프 사이클을 제안한 것이다. 미래 전기차 충전의 주류가 주유소와 같은 공간을 필요로 할지 아니면 손쉽게 집안에서도 충전이 가능할지, 그 흐름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과도기적 대안으로, 주유소에 대한 기억이 전기차 충전소로 이어지고 이에 부속된 문화 시설이 접목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전기차가 충전되는 시간은 넉넉 잡아 30분이다. 30분의 기다림, 이것이 공간이 디자인된 단초다. 바쁜 현대인에게는 길 수 있는, 하지만 실제로는 길지 않는 시간 30분이다. 그 시간 동안 느긋하게 흘러가는, 그래서 길지 않지만 여유 있는 30분간의 공간을 경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열쇠는 빛의 걸음걸이를 책임지는 알루미늄 유공판에 있다. 다양하게 절곡되고 일정한 구멍이 뚤려 있는 알루미늄 유공판은 태양광의 각도와 내부 조명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만든다. 내부에서는 일사를 조절하고 얇은 커튼 같은 역할을 하고, 외부에서는 빛과 그림자 효과로 내부 창호가 사라지게 만든다. 덕분에 내외부 곳곳에서 자연의 빛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음영, 그로 인한 침묵의 여유가 경험된다. 빛의 움직임을 따라 경험되는 30분이 느긋하고 여유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자동차가 충전되는 동안 사람들도 쉼을 통해 충전을 공유하는 셈이다.
지층의 전기차 충전소, 2층 카페, 3층 SK매직과 마당, 4층 도서관 등 내부는 공간들이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분수 효과처럼 발길이 상층으로 유도된다. 외부에는 갈대와 대나무 등 길들여지지 않은 듯한 원시 자연의 풍경이 콘크리트 구조체와 어우러져 플랫폼 같은 공공의 특성이 더욱 강조된다.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 변화되는 시대에 맞추어 주유소가 문화적 형태로 변형된 대안을 경험하는 장소다. 따라서, 과거 주유소와의 연속성을 가지는 동시에 변화의 첫걸음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리트머스지 같은 공간이다.
작품명: 길동 채움 / 위치: 서울시 강동구 길동 255-2 / 설계: mpart / 용도: 2종 근린생활시설 (휴게음식점, 사무소, 소매점) / 대지면적: 1,679m² / 건축면적: 808.03m² / 연면적: 4.036.10m² / 건폐율: 48.13% / 용적률: 122.27% / 구조: 철근 콘크리트 / 외부마감: 알루미늄타공 판넬, 외단열 시스템 / 법정 주차: 18대 / 계획 주차: 5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