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집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플라노건축사사무소
경남 진주의 장대산 자락, 남쪽으로 진주 8경 중 하나인 비봉산을 바라보는 한갓진 자리에 한 가족의 보금자리가 들어섰다. 건축주 부부는 아이들이 산과 들과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며 자랄 수 있는 땅을 오랫동안 찾아다녔다고 한다. 어느 유럽 시골에 있을 법한 붉은색 벽돌의 박공집을 짓고,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노는 목가적인 삶을 꿈꾸면서.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날을 닮은 유년 시절의 시간이 쌓일 공간들이 마당을 바라보며 길게 펼쳐진다. 마당은 다양한 레벨과 크기로 영역이 구분된다. 기다란 지붕 아래 공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마당과 소통한다. 내부 공간이 확장되어 마당으로 나오기도 하고, 마당이 건물 안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어떤 활동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그 사이가 또 하나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북쪽 도로변에 배치한 주차장과 뒷마당 사이로 진입 동 선을 계획했다. 일자 평면의 단층집은 가운데 현관을 중심으로 거실, 다이닝룸, 주방, 놀이방의 공용공간과 침실의 개인공간으로 분리된다. 거실, 다이닝룸, 주방(LDK)은 오픈형 통합 공간이다. 집안일을 하면서 놀이방, 마당, 수영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살필 수 있는 구조다. 놀이방은 폴딩도어를 설치해서 열었을 때는 LDK와 하나의 공간으로, 닫았을 때는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바닥 레벨과 천장고에 차이를 둠으로써 집 안에서 다양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공용공간은 박공지붕 형태를 살려 약 5m의 높은 층고를 확보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반면, 개인공간은 아늑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2.4m의 층고로 계획하고, 박공지붕 사이 공간을 다락으로 계획했다.
다이닝룸은 통창 너머로 마당의 다이닝 가든과 연결된다. 다이닝 가든은 주방, 다용도실과 연결되는 동시에 놀이마당을 조망하는 위치다. 거실의 경우 가족들의 프라이버시와 아늑함을 위해 개구부를 내지 않았다. 대신 거실 옆에 수영장으로 채운 보이드 공간을 두어 채광을 확보했다. 수영장은 지붕 덮인 반 외부공간으로, 마당의 영역이 건물 안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물놀이 공간이자, 집안 깊숙이 빛을 들이는 틈이다.
현관으로 들어오면 환한 보이드 공간을 통해 마당이 한눈에 보인다. 특히 거실과 통창으로 연결된 구조는, 실내에서도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탁실은 현관, 수영장과 연결된다. 외출하고 돌아와 바로 손을 씻고 옷을 세탁할 수 있도록 계획한 배치인데, 이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위생 공간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수영장과 세탁실 문이 바로 연결되어서 물놀이를 끝내고 간단히 씻고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작품명: 긴여름집 / 위치: 경상남도 진주시 하촌동 457번지 / 설계: 플라노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박민성, 이원길, 김근혜 / 시공: 반도건설 / 구조설계: 일맥구조 / 조경: 건축주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887m² / 건축면적: 177.29m² / 연면적: 171.59m² / 건폐율: 19.99% / 용적률: 19.34% / 규모: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조적(심양고벽돌) / 내부마감: 친환경페인트, 원목마루, 타일 / 완공: 2021 / 사진: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