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청담
투명함 위로 미색의 육중한 사각 덩어리들이 수직의 적층을 만들어내며 떠 있다. 층층이 떠 있는 덩어리들이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긴장을 만들어내고, 그런 이미지가 건물 전체에서 풍겨나는 무게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각 층을 선명하게 나누고 있는 것은 사이사이 나 있는 수평의 띠창이다. 그 투명한 물성이 벽돌의 무게감을 상대적으로 높이고 있지만, 실내에서는 파노라마 같은 전망을 만들어내며 시야를 확장시키고 경쾌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청담동 명품거리 이면 블록에 들어선 5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이다.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카페, 연예기획사 건물들, 저마다 최고라고 아우성치는 간판과 쇼윈도가 즐비한 장소다. 여기에 90년대 초에 지어진 4~5층 규모의 오래된 빌라들과 건물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오래된 전깃줄까지 여전히 남아 표정을 보태고 있다. 소비의 형태가 물리적 공간을 지배하는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소인 만큼 공간의 연속성보다는 파편적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건물은 이러한 다소 소란스러운 청담의 콘텍스트를 따라가기보다 그 자체만으로 묵직한 캔버스처럼 자리한다. 대지를 규정하는 일조사선에 의해 규정되는 단순한 매스에 충실하고 있고, 낮은 목소리의 색감으로 고요함을 지키고 있으며, 단지 외피의 질감과 질서를 통해 전해지는 무게감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근린생활시설이라는 것은 결국 최대 면적의 임대를 목적으로 한 중성적 공간이고, 임차인의 의도에 따라 공간 분위기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일조사선에 의해 깎여 내려간 부분은 임대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되 각 층마다 다양한 베란다를 제안한다. 후면부에 이어져 있는 아파트와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다. 1층에는 주차 공간을 포함한 넓은 오픈스페이스가 자리하고, 가로에서 자연스레 지하로 이어져 흐르는 선큰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가로에서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변 건물들과 차별성을 꾀한 모습이다.
건물의 무게감을 지탱하는 것은 외벽을 마감하고 있는 롱브릭이다. 벽돌 쌓기의 패턴이 아니라 질감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벽돌 외벽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벽돌 쌓기의 수평감과 줄눈만을 정교하게 이용하여 재료의 질감과 빛을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가 부각된다. 상부로 올라가며 점차 변하는 그라데이션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 효과가 상부로 연장되면서 옥상의 알루미늄 타공 패널을 타고 슬며시 사라진다.
상층부에서는 무줄눈으로 미끈하게 오후의 햇빛을 받고, 이 부분이 후면의 경사면까지 적용되어 이어져 흐른다. 1층 외벽은 비드블라스트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마감되어 덩어리가 떠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벽돌 건물임에 틀림없지만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벽돌건물에서 보이는 조적 표면의 진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혼재된 시간과 표정들 사이로 백색의 지층들이 질서 있게,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가만히 떠다니는 풍경이다.
작품명: 아이온청담 /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5-4 / 설계 및 감리: 어반 아크 / 디자인팀: 임성우, 김현수, 조민정, 허선 / 시공: 스타시스 / 구조설계: 포은구조엔지니어링 / MEP: 코담기술단 / 토목: 한미씨앤디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331.0m² / 건축면적: 165.39m² / 연면적: 856.07m² /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롱브릭 (허니 브라운), 비드 블라스트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 천공 알루미늄 패널 / 내부마감: 바닥-노출콘크리트 위 경화제, 나무타일, 벽- 노출콘크리트, 석고보드에 페인트, 베니어판, 천장- 노출 콘크리트 / 설계연도: 2020 / 완공연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