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서원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HB건축사사무소
산꼭대기에서부터 서서히 낮아지는 능선은 동해 바다를 항한 뻗음일 것이다. 경주시 동부에 위치해 바다와 맞닿은 감포읍의 지형에는 자연스러움이 곧 편안한 머무름과 같다. 지중서원이 경사를 따라 포개진 것도 온전한 휴식을 바란 건축가의 헤아림일 테다.
지중서원이 자리한 동네는 감포의 산악지형에서 이어진 산골짜기 마을이다. 적극적인 형태와 구성을 갖추었다기보다 반세기 전부터 하나둘 들어선 몇 개의 취락이 이룬 조용한 마을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개간한 밭이 있던 이곳 대지는 북쪽 산 정상에서 흘러 내려오는 줄기 끝자락에 위치한다. 주변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전면도로의 열린 중경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원경이 존재한다.
자연적 지형의 흐름에서 수반되어야 하는 건축적 태도와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내어 주는 공간에 대한 답은 현재와 같은 지중서원의 풍경을 만들었다. 건축가는 자연이 줄 수 있는 심상적 휴식을 공간으로 표현했다고 말한다. 태초의 자연이 가진 지형으로 회귀한다면 건물에 더 아름다운 경관적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자연과 건축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렇게 완성된 건물은 제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면서도 겸허히 자연에 묻힌다. 어느 하나가 유일한 주인공이 되지 않고 자연히 연속되는 경관. 그곳에 머무는 이는 묵직한 대지의 안락함을 느끼며 자연 속에 보호받는다.
지중서원은 산지 경사를 따라 차례대로, 비좁은 틈을 사이에 두고 층층이 박힌 바윗덩어리 같은 건축물과 마당 한 켠에 카페가 딸린 반원의 중정이 전부다. 중정에 서서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나면 반원의 계단을 올라 골짜기의 풍광을 마주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자연을 눈에 담고 나면 다시 좁은 틈새를 지나 객실에 이른다. 자연에 노출되어 거친 질감으로 표현된 여섯 개 콘크리트 객실은 저마다 다른 중정을 가진다. 중정은 자연의 땅과 실내 공간을 이어주는 중의적 영역이다. 계단을 통해 위쪽 언덕과 소통하는가 하면, 야외 욕조에 몸을 담가 물을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 대지에서 쉬어가는 언덕이라는 뜻의 지중서원. 땅과 하늘, 빛과 바람을 감각하며 온전한 휴식을, 자연의 기운을 만끽한다.
작품명: 스테이 지중서원 /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노동리 553-4 / 설계: HB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정효빈, 백경욱, 이지수 / 감리: HB건축사사무소 (정효빈) / 시공: 쓰리스퀘어종합건설 / 구조설계: 허브구조엔지니어링, 김형만 / 전기, 기계설계: 세원엔지니어링, 최수철 / 건축주: 김시은 / 용도: 다가구주택, 농어촌 민박시설, 제1종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1,425m² / 건축면적: 291.54m² / 연면적: 291.54m² / 건폐율: 20.46% / 용적률: 20.46% / 규모: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내부마감: 라왕합판, 친환경페인트 / 설계기간: 2020.10.~2021.8. / 시공기간: 2021.9.~2022.12. / 완공: 2022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