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소원
기사입력 2023-04-28
조경개념사전
2022년은 우리나라에서 조경학이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진 지 50년이 되는 해였다. 다소 이례적으로 국토개발 과정에 도입된 이후 서울대학교와 영남대학교에 조경학과가 개설되고 한국조경학회가 창립되었다. 1972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변화다. 1974년 건설업법시행령에 특수공사업으로 조경업이 등록되고, 조경기술자격이 공식화하면서 제도적으로 조경산업이 자리 잡게 되었다. 국영기업인 한국종합조경공사가 출범한 뒤로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경주보문단지 개발, 사적지 정비 같은 정책 사업과 함께 본격적인 조경산업이 시작되었다.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발전한 조경 사업은 1980년대 발전 흐름을 따라 아파트 단지 조성이나 한강 시민공원 정비 사업과 같은 도시미화 작업에서 다시 한번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이는 1990년대의 국제 규모 박람회와 대규모 테마파크부터 2000년대 생태공원에 이르는 사회 요구와 연관된 프로젝트를 통해 분야 전문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조경을 가드닝이나 식재 및 식수 기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조경 전문 인력이 부족하던 시절 실제로 임학이나 원예전문가들이 교육과 실무를 이끌고, 조림 사업과 녹화와 같은 사업을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해 그러한 인식이 생겼지만, 정확히 말하면 조경은 ‘공간 환경을 계획, 설계, 관리하여 아름답고 쾌적한 인간 정주 환경을 조성’하는 분야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 한국에 학문적 개념의 조경학이 도입된 이래 50년 만에 처음 출간되는 조경학 분야 개념사전이다. ‘개념사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재 통용되고 있는 조경 관련 용어의 기본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조경 개념 및 정책 관련 어휘를 망라하고 있다. 또한, 기본 낱말 풀이에 그치지 않고 쓰임의 변천사, 용어에 담긴 다중적 가치도 전달한다. 조경, 랜드스케이프, 경관, 정원, 공원 등 관련 용어 126개 항목, 그리고 전통조경, 기후변화,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커뮤니티 계획처럼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로 등장하는 조경 사업 관련 용어도 두루 등장한다.
용어들은 찾아보기 쉽게 여느 사전과 같이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개념용어 외에 추가로 구성한 여섯 개 영역별 내용은 조경총론·조경설계, 조경계획, 학국역사경관, 시각경관계획, 경관생태계획, 조경운영관리이다. 조경 실무, 조경 이론, 커뮤니티 디자인이나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환경의 계획·조성·운영의 통합방법론 등 조경분야를 실무, 이론, 시각적·물리적 관점, 전통, 커뮤니티 및 운영관리 등 조경학에서 다루는 전반을 이해하기 쉽게 구분한 것이다. 각 항목 첫 페이지에 함께 보면 좋은 관련 용어를 표시해 한결 폭넓게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영역은 대학에서 조경실무, 이론, 역사, 커뮤니티 계획 및 지역활성화 시스템론 등을 강의하는 여섯 명의 중진 학자가 책임 집필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전염병 대유행과 같은 지구환경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많은 이슈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덩달아 삶의 질이나 개인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조경은 우리 생활 전반에 밀접하게 작용하는 분야다. 한국 조경 50주년을 넘긴 시점에서 기본 용어를 정리하는 일은 지금까지 잘못 인식을 되짚어 바로잡고, 현재와 앞으로 조경학의 역할과 방향을 명확히 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조경헌장의 정의를 옮겨본다.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 설계 조성 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