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정란 기자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발적으로 일어나 활동했던 남도 의병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그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남도 의병 역사박물관’이 전라남도 나주시에 건립된다.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23-3 일원, 사암저수지와 수학산을 마주하는 남도 의병 역사박물관은 영산강 다야뜰, 사암제 등 풍부한 주변 자원과 조화를 이루는 역사공원과 더불어 도민에게 열린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한다. 363,686.7m²의 부지에 배치계획, 역사공원 계획, 야외 전시, 기존시설물과의 연계 계획을 포함한 마스터플랜 제안이다. 연면적 8,300m² 규모의 역사박물관은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내∙외부 전시 공간의 자연스러운 결합, 추모-전시-체험 세 영역을 연계한 공간 계획이 주안점이다.
1단계 마스터플랜 제안과 2단계 박물관 세부 계획으로 진행된 국제설계공모의 결과가 지난 8월 30일 발표됐다. 당선작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주현제 바우쿤스트'(건축), ‘주.건축학동 건축사사무소'(건축), ‘제이그라운드'(조경)의 공동응모작 ‘은유의 장소’. 심사위원장 윤재신이화여자대학교을 비롯한 6인의 심사진(임채진홍익대학교, 윤승현중앙대학교, 최익서홍익대학교, 니얼 커크우드Niall Kirkwood, 하버드대학교, 데리야 옥테이Derya Oktay, 말테페대학교, 마크 브로사Marc Brossa, 서울시립대학교)은 1단계 제안서 심사를 통해 입상 5작품과 가작 5작품을 선정한 후, 2단계 작품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확정했다.
당선작 ‘은유의 장소’가 제안한 세 가지 키워드는 드러내지 않는 박물관, 메시지 전달체로서의 파사드, 자연의 요소를 포용하는 건축공간이다. 관람객이 주차장에 내려 걸어오기까지 박물관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의병의 정신은 박물관의 외관이 아닌 박물관을 둘러싼 나무, 들판, 바람, 하늘에 있다고 보았다. 영산강을 향한 키네틱 파사드는 유일한 박물관의 노출 부분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빛의 세기를 줄여주는 차양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소리가 먼 곳에서도 박물관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의병의 영혼과 그들의 신념을 담는 장소가 되려면 이곳에 닿는 동선의 길이와 공간 시퀀스가 중요했다. 관람객들이 지형과 숲을 지나 박물관에 들어와 관람을 마치고 나가기까지, 의병의 영혼이 깃든 자연의 요소와 함께하는 듯한 공간을 의도했다.
당선작은 단순 명료하고 강력하게 대지와 건물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메시지 전달이 함축적이고 간결하지만 강력한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각 전시 공간에 다양한 성격을 부여한 점, 개발과 복원 사이의 지속가능성과 생태학적 균형에 대한 환경 문제를 고민한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등은 네덜란드 건축 그룹 ‘De Architekten Cie.'(건축), ‘주.와이오투도시건축'(건축), ‘Karres en Brands'(조경)가 공동 응모한 ‘시간 사이의 산책’이 선정됐다. 연속적이고 구불구불한 산이 대지를 가로질러 형성한 고원과 다야뜰과 같이 낮고 평평한 들판, 서로 다른 대지 조건 사이에서 건축과 풍경 사이의 경계를 풀고자 했다. 박물관의 다양한 공간을 부지 전체를 덮는 주요 경로로 엮어 방문객이 산책하며 건축 구성과 풍경에 표현된 역사적 중요성을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박물관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다채로운 활동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할 남도 의병 역사박물관은 국비를 포함한 총 42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오는 2023년 상반기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하반기 중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의병의 날인 6월 1일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료제공 / 주.엠에이디자인(공모관리 운영사), 주.건축학동 건축사사무소
당선작
주현제 바우쿤스트+주.건축학동 건축사사무소+제이그라운드
2등작
De Architekten Cie.+주.와이오투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Karres en Br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