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동 주민공동시설
평림천이 평야 지대를 적시며 황룡강과 합류하는 작은 마을이다. 오래된 집들이 세월과 더불어 풍화되고 가로수가 그 누적된 시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듯 높이 솟아 있다. 그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집터 주변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평야는 사시사철을 따라 땅을 물들이며 자연에 순응하며 흘러가는 것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을 교훈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숨가쁘게 변화되는 주변과 다르게 마을은 자연 안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듯 보인다.
마을 노인정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신축으로, 주민을 위한 시설과 정체된 마을의 활성화를 위한 수익 사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계획된 곳이다. 신축이지만, 오래도록 지켜져 온 마을의 질서를 흔들지 않고 가만히 스며드는 듯 낮은 음성을 들려주려 애쓰고 있다. 마을의 성향과 풍광을 지키고 싶어한 것이다. 건축으로 채워지기보다 단순함, 소박함, 비움에서 미학을 찾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계’로서의 의미가 부여된 최소한의 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콘크리트가 주재료로 사용된 것은 그러해서다. 낮은 채도의 단일한 재료가 갖는 단순함으로 오래된 마을의 배경에 슬며시 배어든다. 단, 콘크리트 표면에 다양한 가공이 더해져 태양빛의 고도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나타내며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이웃하는 공간과 주변의 자연이 자연스레 드나드는 것은 안마당이 무심하게 비워진 덕분이다. 동시에 공공 공간으로서의 열린 태도가 적극적으로 표현된 것으로도 읽힌다. 콘크리트 담장 너머로 오래된 창고의 박공지붕이 고개를 들이미는 듯 우뚝 서 있다. 신축과 구축의 조우가 어색하기는커녕 마치 오래도록 관계 맺어 온 사이인 양 자연스럽다. 계획된 치핑 담장은 외부 시선이 차단되는 정도의 높이로, 덕분에 안마당은 공간에 보다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내며 전통 건축의 살림집과 같은 따스한 기운을 연출한다.
본동 뒤 후정에 또 하나의 담장이 자리한다. 오래된 담장을 문양 거푸집 담장으로 수선한 것으로, 그 너머로는 나지막한 처마선이 바로 맞닿아 이웃한다. 마당에서 프레임지어지는 마을의 풍경, 슬쩍슬쩍 보이는 오래된 이웃집, 이러한 관계들이 친근하고 오붓한 분위기를 내며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도심지 건축에서는 담장이 경계를 표시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인데, 쓰러진 담장의 의미를 복원하고자 한 노력도 전해진다. 본동과 부속동을 오롯이 감싸는 동시에 주변과 유연하게 관계 맺는 한국 전통 건축에서의 담장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작품명: 남산동 주민공동시설 / 위치: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산동 63-3 / 건축가: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 설계: 조경빈 / 시공: 김태섭, 정대모 / 건축주: 본량발전위원회 / 용도: 근린생활시설(휴게음식점) / 대지면적: 428.16m² / 건축면적: 142.20m² / 연면적: 227.00m² / 건폐율: 33.21% / 용적률: 53.02% / 규모: 지상 2층 / 높이: 6.92m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살수치핑, 문양거푸집) / 내부마감: 콘크리트면처리, 외단열시스템 / 완공: 2022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