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견고한 바위 같은 벽체가 사선으로 꺾여 깊은 공간감을 연출한다. 조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각각의 기울어진 면들은 매스의 두께감을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입면의 이 깊은 입체감은 빛과 그림자로 인해 하나의 인상으로 고정되지 않고 시시각각 변한다. 덕분에 크기가 다른 두 개의 개구부가 단순하게 반복되며 만들어 내는 질서정연한 긴장감이 있으며, 동시에 경쾌한 율동감 또한 전해진다. 신도시 상업지역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건축물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주변 건물들과는 분명 구분되는 이유다.
중견 남성복 브랜드 ‘빠니깔레’의 동탄 사옥으로, 경기도 동탄 2기 신도시의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다. 도시의 확장이 마무리되고 자연환경으로 전이가 시작되는 경계부 즈음이다. 땅의 맥락에 반응하여 도시의 끝자락을 정의하고 남쪽으로 열린 시원한 전망에 대한 앵커 anchor로 작용할 마침표처럼 자리잡고 있다.
주어진 대지는 모퉁이 땅으로 특유의 인위적인 가각을 가진 곳이다. 모서리의 경계선이 건축의 형태로 드러나지 않도록 1층의 유리 매스와 상부의 벽돌 매스를 서로 살짝 비틀었다. 모퉁이의 꼭짓점을 모호하게 만드려는 의도에서다. 그로 인해 필로티와 돌출된 매스가 만들어져 보행 영역에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가로를 걸어가다 보면 머리 위의 오버행이 점차 늘어나기도 하고, 입체적으로 돌출된 유리 상자가 다시 원래의 매스로 수렴되기도 하는 등 시각적이며 물리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투명한 유리 매스 위에 떠 있는 듯 느껴지는 육중한 벽돌 매스는 그야말로 개구부의 향연이 펼쳐지는 장이다. 작은 개구부는 벽돌을 비틀어 쌓아 거친 질감이 드러나는 반면, 큰 개구부는 넉넉하되 다소 밋밋한 질감이어서 서로 대조를 이룬다. 벽돌이 개구부와 만나는 네 면은 모두 철판으로 마무리되어 정갈하고 반듯하다. 저녁이 되어 경관 조명이 켜지면 개구부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개구부 옆 프레임과 벽돌 사이에 숨어 있는 LED 조명이 사선으로 꺾인 벽돌 면 고유의 질감을 더욱 풍부하게 연출한다.
비틀어진 관계의 유리 매스와 벽돌 매스를 연결하고 있는 디테일 역시 메탈 소재다. 내수합판 위 메탈 시트와 스틸 플레이트로, 상반되는 질감과 이미지를 서로 상쇄하는 동시에 투명한 유리와 어우러져 가로에 경쾌한 활기를 더한다.
2층에서 4층까지는 샘플 제작실, QC실, 물류 등 브랜드 지원 공간으로 사용되고, 남쪽을 향한 시원한 전망이 돋보이는 5층에는 대표실과 직원용 사무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정원으로 계획된 옥상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남쪽 풍경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옥상 가장자리를 따라 나 있는 난간 상부에는 별도의 수평 바가 없다. 수직 부재가 아래 부분만 연결되어 마치 울타리가 세워진 듯한 모습이다. 목재 데크는 파라펫보다 높게 계획돼 전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빠니깔레는 브랜드의 특성상 어반 인더스트리얼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메탈, 콘크리트, 무채색 벽돌 등 재료 본래의 색감과 질감이 솔직하게 어우러진 공간이 그 정체성을 곳곳에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듯하다.
작품명: 빠니낄레 동탄사옥 / 위치: 경기도 화성시 장지동 / 설계: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전보림, 이승환) / 설계담당: 장미나라 정지수 / 시공: 무일건설 / 구조설계: 조구조 / 전기설비: 대경전기 / 기계설비: 주성이엔지 / 지역지구: 준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1,009.7m² / 건축면적: 591.59m² / 연면적: 4,218.78m² / 높이: 22.65m / 건폐율: 58.59% / 용적률: 274.05% / 규모: 지하 2층, 지상 5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설계기간: 2019.10 ~ 2020.6 / 시공기간: 2020.7 ~ 2021.12 / 완공: 2021.12 / 사진: 노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