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 숲유치원
Public Solbit Forest Kindergarten
대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숲을 향해 건물이 성큼 다가선 채 찬찬히 둘러보는 중인 것 같다. 그런 건물을 숲이 마다않고 폭 감싸 안고 있다. 주어진 부채꼴 형상의 대지에 순응한 덕분이다. 숲과 면하고 있는 대지의 곡선을 따라 한 줄로 기다랗게 구부려진 교실동이 앉아 있으니, 건물 어느 지점에서나 자연에 안겨 있는 기분이 든다. ‘모든 답은 자연에 있다’고 믿는 생태교육기관의 선택답다. 정원 중심의 기존 유아교육에서 벗어나 숲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며 스스로 깨우치고 배우도록 하는 유치원으로, 9개 학급 규모의 단설유치원이다.
원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바깥 활동으로 보내게 되는 숲 유치원의 특성상 실내생활보다는 실외생활에 초점을 맞춰 계획된 것은 당연하다. 곡면을 그리고 있는 교실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이 원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외부 공간으로 열려 있다. 구릉진 땅의 높낮이를 활용해 식당과 조리실의 상부까지도 놀이터와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교실동의 복도 역시 회랑 형태로 외기에 노출되어 있다. 각 교실마다 개별 현관을 설치하여 교실과 외부공간을 최대한 근접시켜 놓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개별 현관은 한옥의 대청마루 개념을 차용한 요소다. 학급별로 실내 교육과 실외 교육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전환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툇마루 개념의 회랑 복도 앞으로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소재인 흙과 모래를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흙마당, 마사토 운동장, 잔디 구릉 놀이터 등이 자리한다.
곡면으로 길게 앉은 교실동이 자칫 건물 후면의 괴화산과 건물 전면의 도시 사이에서 장벽이 되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매스의 중간이 분절되어 사이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다. 반 외부공간으로 비어 있는 그곳을 통해 숲의 기운이 자연스레 이어져 내려와 건축 속으로, 또 도시 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건물이 운동장을 매개로 도시를 향해 열려 있는 모습 역시 여유 있게 다가온다. 바깥 도로변을 따라 건축물을 둘러 세워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 아니라, 공립 건축물로서 숲과 도시를 연결하는 결절점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도시 속에 녹지공간이 스며들도록 계획된 세종시 도시 콘텍스트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건물은 거의 숲의 일부다. 교실 밖의 숲이 교실 안까지도 풍족하게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원아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바닥면 높이까지 유리창이 내려져 있는 덕분이다. 사계절과 날씨에 따라 각기 다른 표정과 색감으로 변화하는 숲을 내부에서도 한껏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한옥의 처마가 차용되어 길게 내어진 지붕을 타고 낙숫물이 자갈 위로 떨어지고, 산과 바로 면한 창문을 열어젖히면 산새소리와 풀 향과 산바람이 오감을 자극한다. 마음 내키는 날에는 선생님과 원아들이 손 맞잡고 교실동 뒤로 나 있는 숲 속으로 바로 산책을 나서고 소풍을 떠나곤 할 것이다. 자연을 경험하면서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커가는 장소다. 공감각적 체험, 그 이상으로 깊고 넉넉하며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들로 성장시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작품명: 솔빛 숲유치원 / 위치: 세종특별자치시 반곡3길 10(반곡동) / 대표건축가: 선상희, 이선환 / 프로젝트건축가: 이선환 / 구조엔지니어: 이종원 / 기계엔지니어: 김현욱 / 전기엔지니어: 김호표 / 시공: 인성건설(주) / 발주자: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 용도: 숲유치원 (교육연구시설) / 대지면적: 4,806.00㎡ / 건축면적: 1,450.67㎡ / 연면적: 2,697.74㎡ / 층수: 지상 3층 / 건폐율: 30.18% / 용적률: 56.13% / 설계기간: 2017.10.31~2018.2.27 / 시공기간: 2018.7.31~2019.2.20 / 준공: 2019.02.28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