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오 빌딩 트리폴리
Ratio Building
맵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 Maaps Architects
들고 나는 건물의 입면이 다분히 역동적이다. 수직으로 일렁거리는 백색의 물결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개별 공간마다 마련되어 있는 발코니 공간이다. 내부의 몸집만 키우고 외부를 향해서는 냉정하게 닫혀 있는 여느 빌딩들, 말하자면 ‘용적률의 도시 건축’과 달리 도시를 향해 열린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적극적인 몸짓으로 다가온다.
마당은 수직의 개념이 아니라 평면상의 활동 공간이다. 마당 건너 이웃집과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일상이 닫혀 있기도 하고 공유되거나 소통되기도 한다.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두 집은 물리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제한되어 있으나 그 누구보다 서로의 일상을 속속들이 잘 안다. 이렇듯 마당이 제공하는 ‘제한된 간섭’을 도시 건축에서 실현해 보는 방안을 발코니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수직화 된 도시에서 평면 개념의 마당은 존재하기 어렵다. 대신 개별 공간의 형편에 맞추어 향을 달리하고 크기를 달리하는 발코니를 적용함으로써 고도화된 도시 건축에서 놓쳐버린 ‘상호작용하는’ 삶의 모습을 회복시키고 싶어 한다.
삶의 모습이 담기는 ‘건축 공간’이 언제부턴가 오로지 재화의 개념인 ‘부동산’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기계적 계량으로 평가되는 부동산의 개념이 건축 공간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오히려 평가절하하면서 도시 건축의 풍경이 차가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부피만 키운 건축물들이 나열되어 있는 무표정한 도시의 풍경, 그 한가운데에서 건축 공간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용감하되 온화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랫집, 윗집과 또 옆집과 도시의 조망을 한껏 공유하며, 적절한 거리를 둔 채 일상을 나누게 될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 이웃들이 모여서 만들어 갈 일상들로 도시에 활력이 넘실거리는 이야기를 전하리라 기대하게 된다.
Poly1 | 세 가지 기능을 연결하다
세 가지 기능이 적층되어 있는 복합 용도의 건축물이다. 근린생활시설, 오피스텔, 다세대주택이 아래로부터 쌓여 올라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공통된 공간 코드로서 발코니를 갖춘 채 복합적인 세 가지 공간 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현행법상 오피스텔에는 발코니를 설치할 수 없지만, 세 기능을 하나의 건축으로 연결함으로써 복합 용도라는 건물의 특성을 적극 이용해 발코니 설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존 오피스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성한 공간 구성을 제시한다.
Poly2 | 틈을 얻다
삼각형 구조의 반복을 통해 연결된 공간 시스템을 의미한다. 지그재그로 엇갈린 수직 패턴은 여느 오피스텔 입면과 달리 외관에 삼각형의 틈을 만들고 있다. 이 틈은 도시를 향한 조망을 선사하고 공간적으로 테라스를 둘 여유를 제공해 준다. 삼각형의 내력구조는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체가 되는 동시에 내부 공간에 흔하지 않은 형태의 창을 형성한다. 이름 그대로 트리폴리가 만들어 낸 틈으로 내부 공간이 외부로 드러나고, 도시의 표정이 내부로 흘러 들어온다. 덕분에 기존 고밀의 도시형 건축에서 보기 힘든 넉넉하고 여유 있는 풍경을 연출해 낸다.
Poly3 | 풍경을 얻다
각 층마다 또 개별 공간마다 외부와 만나는 지점인 창의 모습을 다채롭게 제안한다. 폐쇄적인 경향이 큰 기존 건물들과 달리 2면 또는 3면으로 열려 있는 창을 통해 내부의 일상과 조명이 드러나고 번져 나오면서 도시 풍경에 활력을 더한다. 다방면으로 열려 있는 창과 테라스의 주된 역할은 각각 공간에 풍부한 자연광과 풍경을 보태는 것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기능이 사적 공간의 독립성에 ‘미묘한 간섭’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이웃과 완전히 차단된 독립보다 약간의 간섭의 여지를 두고 그것을 빌미 삼아 소통하자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개개인의 삶과 이웃지간 더불어 살아가는 삶, 이 모두의 이야기가 건축물의 입면 위로 펼쳐져 도시 풍경을 그려 낸다
작품명: 레시오 빌딩 트리폴리 /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동8가 45-5 외 4필지 / 설계: 맵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 프로젝트 건축가: 김성민, 류삼열, 하명수 / 디자인팀: 이효인, 강소미, 고은영, 최준영, 표주율 / 구조 엔지니어: 터구조주식회사 / 기계 엔지니어: (주)우보엔지니어링 / 전기 엔지니어: (주)우보엔지니어링 / 시공: (주)동진종합건설 / 발주자: 주식회사레시오(최경헌, 김준호) / 용도: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다세대 / 대지면적: 394.861㎡ / 건축면적: 210.83㎡ / 연면적: 2,571.47㎡ / 건폐율: 53.39% / 용적률: 595.199% / 규모: 지하1층, 지상 15층 / 마감재료: 노출콘크리트 위 아크릴계 백색페인트 마감 / 설계: 2017.8 ~ 2018.12 / 시공: 2019.05.20 ~ 2021.4.14 / 준공: 2021.4.14 / 사진: 김종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