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2-12-20
서울시의 최대 공간자산으로 꼽히는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자생적 경제 기반을 갖춘 ‘서울 안의 작은 도시’가 조성된다. 서울 서북권 발전을 견인할 신 경제생활문화 중심지의 청사진, ‘서울혁신파크 부지활용 계획’이 19일 공개됐다.
불광역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부지는 60년대부터 약 40년간 국립보건원이 자리하던 곳으로, 그 규모는 축구장 15개 크기에 맞먹는 약 11만m2다. 2006년 국립보건원이 충북 오송으로 이전함에 따라, 부지의 난개발을 우려한 서울시가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공급하겠다는 목표하에 이 땅을 2009년 매입하였으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지난 10여 년간 폐쇄적으로 이용되며 서북권 핵심공간 조성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오는 2030년까지 해당 부지를 일거리와 살거리와 놀거리가 결합된 신 경제생활문화 중심, 일명 ‘직주락 시티’로 조성하여, 부지가 지닌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서울 서북지역 발전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직주락 시티라는 명칭에 걸맞게 시설의 기능과 용도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업무공간 및 취∙창업 기반 시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수용하는 ‘미래형 주거단지’, 세대를 아우르는 ‘상업∙문화 복합시설’이다.
먼저 ‘산업’ 분야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활성화를 통한 ‘자족 도시’다. 이를 위해 미디어나 생명공학 등의 첨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서울파이낸스센터와 맞먹는 규모의 특화업무공간(15만m2)을 조성한다. 또한, 서울시립대학교 산학캠퍼스 ‘서울UIC캠퍼스’도 신설하여 근본적인 산학협력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주거’ 분야에서는 청년 1인 가구, 신혼부부, 어르신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단지 조성에 방점을 둔다. 특히 세대공존형 공공주택인 ‘골드빌리지’는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어르신이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근처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 시설 및 편의 시설을 함께 조성하고, 자녀가구가 근거리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여 독립적이되 수시로 왕래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마지막으로 ‘상업∙문화’ 분야에서는 부지 중앙에 대규모 녹지광장과 60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를 배치해, 서울 서북권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가로변에는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큰 복합문화쇼핑몰을 조성하며, 주거시설과 연계한 서울형 키즈카페, 어르신 복지시설, 반려동물 공원 등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한 여가문화 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구상안에 따르면, 이렇게 조성될 시설의 총면적은 약 50만m2로, 삼성동 코엑스와 비슷한 규모다. 부지 내의 모든 시설과 기능이 통합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상과 지하, 공중은 입체적으로 연결된다. 지상에는 걷기 좋은 녹지 보행공간이 조성되며, 차량은 지하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 교통 체계를 구축하고, 불광역과 부지를 연결하는 지하연결 통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인다. 공중에는 보행다리, 입체산책로, 하늘공원, 실내가로 등을 만든다.
시는 이러한 융복합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적용할 ‘3가지 공간원칙’도 함께 발표했다. 첫째, 창의적 개발을 위해 공간 범위를 필지 단위가 아닌 ‘슈퍼블록’으로 대형화할 것. 둘째,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동시에 건설하여 신속하게 공급할 것. 셋째,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기능과 용도를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비욘드 조닝’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다.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참여하고 일부 민간이 함께하는 민관협력 개발사업 방식으로 추진되며, 시는 금번 발표된 계획을 바탕으로 연내 기본계획(안)을 확정하고, 2025년 하반기 착공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혁신파크 부지의 신 경제생활문화거점 조성이 서북권을 베드타운을 넘어 자생적 경제기반을 갖춘 서울 안의 작은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전효진 편집차장,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