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20년간 도시 개발 가이드라인으로 자리매김해 온 ‘지구단위계획’의 수립기준을 전면 재정비했다. 변화된 패러다임을 반영한 이번 업데이트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도시관리 수단으로서 지구단위계획의 역할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에 도입되어 지난 2000년 법제화된 지구단위계획은 역세권이나 개발예정지 등, 특별한 성격의 도시 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기성 시가지 관리를 비롯하여 재건축, 민영주택신설 등의 개발 사업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맞춤형 도시관리제도’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도 현재는 이를 규제로만 받아들이던 실정. 가장 큰 원인은 제도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양적 성장 시대에 도입된 기존의 지구단위계획은 도심지 개발이나 기반시설 확보에만 방점을 두고 운영돼왔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또한 시대에 흐름에 발맞춰 진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2016년부터 관련 분야 전문가 및 자치구와 함께 연구포럼, 심포지엄,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재정비했다.
변경안의 핵심은 ‘개발’에서 ‘재생’으로 변화된 도시관리 패러다임을 반영하고,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 전반의 새로운 이슈에 대응하는 것. 이로써 획일적 규제와 평면적 계획에 그쳤던 기존 계획의 한계를 보완하고, 미래지향적 계획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새로운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의 주요 내용은 크게 일곱 가지다.
첫째는 ‘지구통합기본계획의 신설’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전체 지구의 미래상과 지역의 발전 목표를 함께 제시하여, 지구단위계획의 실현성을 확보하고 지역 맞춤형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방침이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방재안전계획’과 지역의 정체성을 보전하는 ‘지역(역사)자산보전‧활용계획’을 신설하는 것. 재해에 취약한 지역을 미리 파악해 대책을 수립하고, 특별한 역사 문화자산을 보유한 지역은 그 자산을 활용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셋째,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공개공지를, 건물 형태로 짓거나 건물 내부에 조성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폭염이나 미세먼지 등,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기후 문제를 반영한 항목이다.
.넷째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지역매니지먼트’와,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계획을 제안하는 ‘주민제안 관리운영기준’을 신설하여,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개발과 관리를 유도한다.
다섯째, 전국 최초로 ‘지역기여시설’도 도입한다. 민간 역량을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인 시설에 대상으로, 민간이 소유권을 갖되 공공 용도로 활용하는 개념인데, 5% 범위에서 공공기여 부담률이 완화되는 만큼 공공과 민간의 부담을 모두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섯째는 동일 구역· 용도지역임에도 과도한 용적률 차이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하여 ‘준주거‧상업지역의 기준용적률을 상향’하는 것이다. 준주거지역 기준 용적률은 250~300%에서 300%로, 일반상업지역은 300~600%에서 500~600%로 조정된다. 또, 계획 유도를 위한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자체가 어려웠던 준공업지역은 공개공지 설치 시 공공성 있는 계획과 연동하고, 상한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 형평성 문제를 개선했다.
.마지막으로, ‘건폐율계획’을 지구단위계획에 명문화해 소규모 필지가 밀집된 기성 시가지 상업가로나 가로 활성화 필요가 있는 지역은 건폐율 완화를 통해 적극적인 재생‧개발을 유도한다.
시는 이번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 개정 이외에도, 균형 발전을 위한 현금기부채납 도입, 저층부 가로 활성화를 위한 건폐율 완화 등 조정이 필요한 항목을 개선하는 데 지속적으로 힘을 쏟을 것이며, 필요시 법령 및 지침 개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면 재정비된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은 ‘서울도시계획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