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植)방(房)마루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여승윤
자료제공 원애프터 건축사사무소
갓 구워 내어 탄탄하게 부풀어 오른 식빵의 질감과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름마저 식植방房마루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설은 도시 한가운데에서 재현되고 있는 전형적인 농가의 그린하우스다. 구조 프레임과 비닐 마감이라는 점에서 그와 동일한 게 맞다. 하지만, 어딘가 모를 지점에서 풍겨나는 도시적 감성과 가벼운 투과성은 배경처럼 서 있는 성공회 성당의 연륜과 대조를 이루며 감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서울마루 공공개입 2023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일종의 메시지 같은 공간이다. 서울 시청과 광화문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많은 메시지가 오가는 장소성과 공공성을 가진다. 그런 특성을 의식하며 현 시대에 필요한 건축적 메시지를 경험하도록 그린하우스를 재해석한 것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지붕인 서울마루는 그늘 하나 없는 외부 환경으로, 식방마루는 지붕 위 또 하나의 지붕이 되고 있다. 통풍과 차광을 조절하고,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며, 태양의 위치와 공기 및 물의 흐름에 따라 반응하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완전히 노출된 장소에 이러한 그린하우스의 개념을 차용해 오늘날의 화두인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한 건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식물이 아닌 사람을 위한 온실로 재해석되어 변화하는 환경 요소들을 통해 다양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홀, 온실, 명상실, 로비 등 총 6개의 베이Bay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 부분에 위치하는 로비에는 파라솔라이트가 활용되어 외부 시야는 차단되지만 확산광이 내부로 스며들고 있다. 프레임마다 반투명 단열 비닐 커튼이 달려 있어 독립적인 작은 공간이 제공되기도 한다. 세종대로에서 올라오는 계단에서 서울마루의 우측 입구로 연결되는 동선이 자연스레 식방마루로 이어져 흐르게 된다.
명상실은 방수 천막으로 빛이 차단된 공간이다. 천막과 가구 색상은 서울마루의 바닥 및 성공회 성당의 포인트 색상과 연결감을 가지며 맥을 같이한다. 빛이 차단된 공간이지만 시야가 열려 있는 아랫부분을 통해 확산광이 스며들면서 내부 공간에 천막의 버건디 색감이 은은하게 번져 명상과 사색을 돕는다.
프로젝트의 중심에 위치한 온실은 기존 그린하우스에서 사용되는 투명한 직조 필름이 적용된 영역이다. 공기의 흐름에 제한이 있되 여름에는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겨울에는 보온성을 확보해 늦가을까지도 식물들과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두 개의 베이로 이루어진 홀에는 백색 차광막이 활용되어 공기의 흐름은 최대화하면서 빛 투과도는 조절되는 그늘막이 형성되어 있다. 네 구역 중 가장 개방적인 장소로, 베이를 가로지르는 무대와 벤치가 배치되어 있어 콘서트나 문화 공연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린하우스의 기성 자재와 구조 설계 방식을 따르고 있어서 설치, 철거, 운송 프로세스가 간편하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얼마든지 재설치 가능하며, 비닐만 교체하여 농가의 그린하우스나 학교 및 다른 시설에서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될 수 있다. 사람을 위한 도시형 온실에서 장소 및 환경과 기후 변화에 탄력적인 건축 공간의 본을 그려보게 된다.
작품명: 식(植)방(房)마루 /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9, 서울마루 / 설계: 원애프터 건축사사무소(마준혁, 안미륵) / 설계팀: 이윤하 / 용도: 휴게시설(공원에 부수되는 시설) / 대지면적: 1,088m² / 건축면적: 368.33m² / 연면적: 368.33m² / 건폐율: 33.85% / 용적률: 33.85% / 규모: 단층, 지상1층 / 구조: 경량철골조 / 완공: 2023 / 사진: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