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설계한 강릉 교동의 ‘솔올 미술관’이 2월 14일 개관한다.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의 교동의 옛 지명 ‘솔올’에서 이름을 따온 이 미술관은, 교동 7공원 내에 자리하며,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은 약 3,200m² 규모다. 완공까지는 약 4년이 걸렸는데, 길었던 준비 기간만큼 수준 높은 건축으로 강릉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지역의 새로운 공공문화시설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술관을 설계한 리처드 마이어는 르코르뷔지에의 정통 후계자이자 빛을 활용한 순백의 건축으로 유명한 건축가다. 평생 빛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명료하면서도 복합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절제된 시적 공간을 추구해 왔다. 이러한 그의 건축 철학은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문화 공간에서 빛을 발했다.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1983),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관(1985),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1995), 로스앤젤레스 게티 센터(1997) 등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미술관들만 해도 여럿이다.
솔올미술관 역시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 디자인과 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미술 본연의 미적 감각이 발현되는 공간, 나아가 미술과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개방적인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미니멀한 백색 마감’과 ‘절제된 프레임’을 적극 활용한 것. 소나무가 많다는 지명에 걸맞게 대지 주변에는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데, 미술관은 바로 그 녹음 짙은 언덕길에서 시작된다.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순수하고 절제된 백색 건물이 등장한다. 건물은 한국 건축의 전통에서 착안하여, 중앙 마당을 감싸는 세 개의 주요 공간으로 구성된다. 웅장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캔텔레버의 북쪽 윙 공간에는 두 개의 메인 전시실이, 명료한 형태의 큐브에는 천정고 7.5m의 명상적 성격을 보여주는 전시실과 사무공간이, 그리고 주 출입구가 있는 투명한 파빌리온에는 로비와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을 무대 삼아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계하고자 하는 솔올미술관은, 그 첫 프로젝트로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공간·기다림’과 ‘In Dialog: 곽인식’ 두 개의 개관전을 선보인다.
루치오 폰타나는 1940년대 공간주의를 주창하며 서구미술사에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친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미술관 최초로, 그의 네온 공간 설치 작업 6점을 소개한다. 그 외, 회화와 조각 작품까지 총 27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실 1, 전시실 2에서 관람 가능하며,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In Dialog’는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하고자, 현대미술 거장의 작업 세계와 이들이 발산하는 조형적 미, 그 안에 내재한 담론과 한국미술이 만나 미학적 반향을 일으키는 방식을 관찰한다. 전시에서는 1930년대부터 1980년까지 한국과 일본의 아방가르드 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미술가, 곽인식을 소개하며 루치오 폰타나와의 미학적 관계성을 탐구한다. 전시실 3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동일하게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이 솔올미술관의 개관과 초기 운영을 맡아, 강릉 시민과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세계적 수준의 전시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릉시 랜드마크로서 문화 예술의 가치를 공유하고 관광산업에 품격을 더할 전망이다.
김석모 솔올미술관장은 “미술을 매개로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솔올미술관이 우리나라의 미술관 생태계에 의미 있는 좌표를 찍기 바란다”며, 우리 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하고, 세계미술에 한국미술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자료제공 / 솔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