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쪽 끝에 위치한 두 개의 버스공영차고지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송파구 장지차고지(25,443m2)’와 ‘강동구 강일차고지(33,855m2)’를 공공주택과 생활 SOC, 공원이 어우러진 컴팩트시티로 재창조하겠다는 ‘장지·강일차고지 입체화 사업’을 발표했다.
이 두 지역은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의 중심지이지만, 최근 택지 개발로 인근에 주거 단지가 들어서면서 소음과 매연, 빛 공해 등으로 인해 주민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비선호 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버스차고지에 청년‧신혼부부만을 위한 1,800호의 공공주택과 생활편의시설 건립을 계획했다. 부지의 50%를 공원으로 하여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며, 기존의 야외 차고지는 지하화하거나 실내 차고지 형태로 바꿔, 소음이나 매연 등 야외 차고지에서 발생하는 주거 환경 저해 요인도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장지·강일차고지 복합 개발은 서울시가 작년 말 발표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의 핵심 중 하나인 ‘컴팩트시티‘ 시리즈의 일환이다. 도심 속에서 저 이용되는 공간에 공동주택과 생활형 SOC를 함께 공급해, 자족 기능을 확보하고 지역의 발전까지 도모하겠다는 공공주택의 새로운 모델로, 북부간선도로 상부를 활용한 ‘신내 컴팩트시티’와 방치됐던 교통섬과 빗물펌프장 부지를 활용한 ‘연희·증산 컴팩트시티’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컴팩트시티 프로젝트의 세 번째 타자로 선정된 ‘장지·강일 차고지’에 적용할 핵심 키워드는 총 다섯 가지다.
첫째는 ‘근무환경이 개선된 스마트 차고지’. 시설 첨단화와 직원 복지에 초점을 맞춰, 차고지를 지하화·건물화함으로써 기존 야외 차고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으로, 대상층의 주거 특성을 반영한 공공주택이 장지와 강일에 각각 840호, 965호, 총 1800호 마련된다.
‘공원’과 ‘생활 SOC’도 타깃이다. 차고지 상부 공간의 절반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녹지로 조성하고, 이러한 대규모 녹지를 통해 소음과 매연,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도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도서관이나 체육관 외에도 창업이나 판매 등, 모든 세대와 계층의 필요를 고려한 기능들을 폭넓게 확충함으로써, 주민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버스 차고지를 ‘사람이 모이는 지역 생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일례로 대합실이나 육아 수유공간 등을 마련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보관 및 충전시설 등을 확충한다면, 차고지가 단순히 버스가 나가고 들어가는 공간을 넘어 일종의 ‘버스터미널’ 역할을 하는 것까지도 기대해 볼 만 하다.
버스차고지를 입체화하는 ‘장지·강일 컴팩트시티’는 앞선 두 개의 컴팩트시티와는 또 다른 유형인 만큼, 서울시와 SH공사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설계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장지차고지’에 대한 공모를 이달 중 시작하고, ‘강일차고지’ 공모는 내년 3월 진행된다. 내년 7월까지 설계안이 채택되면, 연말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실시설계를 거쳐 2021년 하반기에 착공에 돌입하게 된다. 공사 중에는 기존 차고지 근처에 임시 차고지를 운영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기피 시설로 여겨졌던 버스차고지의 문제를 해소하고, 기능의 복합화를 통해 기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이 사업이 장지동과 강일동 차고지 일대에 젊음의 활기를 불어넣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글 / 전효진 기자,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