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소슬집
에디터 현유미 부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수상건축
양재천 카페거리 인근에 새하얀 외벽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들어섰다. 비슷비슷한 건물들 사이에서 은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 건물의 정체는 다세대주택 ‘소슬집’이다. 연면적은 300m²에 채 못 미치지만, 1개의 임대공간과 12개의 주거공간, 총 13개의 유닛을 품고 있는 풍성한 건물이다.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스킵플로어. 자연히 내부 구조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 되었으며, 이러한 목표에 따라 매스의 윤곽과 창문의 위치가 결정됐다. 뿐만 아니라 백색 껍질로 둘러싸인 상층부와 골조가 드러난 저층부의 경계면에서도 반 층씩 어긋난 이 건물만의 독특한 공간 구성을 엿볼 수 있다.
여느 건물들과의 차이점은 또 있다. 담장을 두르기는커녕, 투시형 대문을 설치하고 와이어로 벽면을 구성해 1층의 개방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물론 보안이 중요한 공동주택인 만큼, 실제로는 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를 달아 안전 문제도 해결했다.
백색 외벽으로 둘러싸인 상층부는 개방적인 저층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상층부 외벽은 백색 스타코로 마감했는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지 않는 디테일까지 동원해 시공했다.
백색 껍질을 비집고 나온 4층의 계단은 저층부 골조와 마찬가지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상층부의 백색 매스와 자연스러운 대조를 이루고자 했다.
각 층 평면의 중심부에는 계단실이 배치된다. 이러한 계단과 복도는 조경에서 주로 쓰이는 콩자갈 수지로 포장했다. 계단실이 외부라 미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채색 매스와 노란색 계단의 대비를 통해 동선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려던 목적이 더 크다. 이러한 소슬집의 계단실은 단순한 통로를 넘어, 빛과 바람이 스미는 작은 거실이자 마당의 역할을 할 것이다.
단위 유닛 계획에서 특히 초점을 맞춘 부분은 12가지 삶의 모습을 담는 12개의 집을 만드는 것. 이를 위해 화장실과 다용도실은 물론, 가구 배치까지도 세심하게 조절했고 집마다 창문의 크기나 위치도 달리하여 개별성을 확보했다. 402호는 스킵플로어를 집 안에 적용한 복층형 구조이고, 501호는 다락을 통째로 이용할 수 있음으로 전용 면적이 가장 넓다. 또한, 모서리 쪽에 창을 낸 202호, 203호, 502호에서는 비교적 큰 창이 선사하는 개방감을 즐길 수 있으며, 보통의 창을 가진 다른 집에는 그만큼 넓은 수납공간이 마련된다. 입주자들은 창과 수납, 개방감과 아늑함 사이에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집을 선택하게 된다.
하나의 건물이 옳게 지어지려면 관련된 전문가들이 각자의 일을 옳게 처리하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소슬집의 시공자는 누구보다도 올바랐다. 도면이 원하는 바를 설계자보다 깊게 이해했다. 미정이었던 디테일은 대부분 시공자에 의해 완성되었고, 때로 비어있는 부분을 적절히 채워주기도 했다. 건축가로서 더 없이 안심되고 든든한 과정이었다.
작품명: 양재천 소슬집 / 위치: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 설계: 수상건축 / 책임건축가: 조수영, 박태상 / 구조: 누리구조엔지니어링 / 시공사: 이립건설 주식회사 / 용도: 다세대주택, 1종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146.40m² / 건축면적: 87.75m² / 연면적: 286.81m² / 건폐율: 59.94% / 용적율: 195.91% / 규모: 지상5층 / 주요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외장 마감재: 스타코, 후처리노출미장, 콩자갈수지포장 / 내장 마감재: 실크벽지, LG창호, 데코타일 / 완공: 2019 / 사진: Edward R. J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