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디자인 김예진
자료제공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
서울 한복판, 2023년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맞이해 7개 파빌리온이 들어선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지면에서 둥글게 부풀어 오른 구조물이 눈에 띈다. 한 꺼풀의 얇은 막은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이라는 이름답게 주변 풍경을 고스란히 담는 동시에 내부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경계는 시간을 초월하는 연결고리가 되어 오랜 세월 숱하게 지나온 도심 역사의 지층을 새로운 시각으로 비추고 있다.
독일의 아티스트 듀오 플라스틱 판타스티크는 복잡하게 얽힌 송현동 역사에서 실마리를 얻어, 아직 땅속에 묻혀 있을 과거의 흔적을 발굴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2023년 4월 현장 방문과 함께 숨겨진 유물을 발견하기 위한 탐험이 시작되었고, 서로 다른 시대에 제작된 유물들이 여럿 발굴되었다. 발견한 유물들은 둥근 영역을 따라 다져 놓은 흙벽에 전시되었다.
방문객들은 비엔날레 기간에 파빌리온 내에서 진행되는 유물 발굴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이 발굴한 흔적들은 공간 내벽에 부착되어 송현동의 역사를 들춰 다시금 들려주며, 계속해서 추가된 지난 흔적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집합 조형물이 된다. 또한, 참여한 이들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프로젝트는 한층 확장된다.
파빌리온에서 재생되는 사운드스케이프 역시 송현동의 역사를 재현한다. 한때 궁으로 흐르는 기운을 좋게 정화한다고 여겼던 옛 소나무 숲을 음향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숲의 자리를 오늘날의 소리가 채우는 셈이다. 청각적 기억, 시각적 지각, 촉각적 감각의 병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내러티브를 엮으며 즉각적인 만남이 일어나는 장소로 관람객을 이끈다. 이러한 공감각적 경험은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의 복잡한 레이어를 탐색하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Project: TREES & TRACES / Location: Seoul, Korea / Architect: Plastique Fantastique / Project team: Pihla Pellinen, Sebastian Podesta, Lucas Sere Peltzer, Erick Montefort / Site area: 37,117m² (public park) / Bldg. area: 180m² / Gross floor area: 113m² / Design: Plastique Fantastique (Marco Canevacci & Yena Young) / Pneumatic structure construction: Plastique Fantastique (Team: Pihla Pellinen, Sebastian Podesta, Lucas Sere Peltzer) / Completion: 2023 / Photograph: ©Plastique Fantast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