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전쟁기념관
YangGu War Memorial Hall
한울건축 | Hanul Architects & Engineers Inc.
건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설치물처럼 혹은 공간감 있는 조각처럼 들어서서, 굽이치는 능선과 벌판이 펼쳐져 있는 땅을 앞에 두고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 듯하다. 그 시선을 따라 가 보면 평화롭기 그지없는 농촌의 풍경이 에워싸고 있다. 살육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초연함과 시골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그 평안을 깨뜨리지 않겠다는 듯 기념관은 요란하지 않게 그리고 낮게 앉아 있다.
양구군은 6.25전쟁 당시 작지만 격렬한 전투가 치러진 지역 중 하나다. 기념관은 9개 격전지 중 하나인 해안 분지의 해안면에 들어서 있다. 해안면은 일명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이한 분지 형상을 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지만, 고지 이름이 ‘단장의 능선Heark Break Ridgeline’, 혹은 ‘피의 능선Bloody Ridgeline’ 등으로 명명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군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러한 의미에 더해, 9개 지구의 전사 사실과 그 작은 전쟁이 남북 간 휴전선을 결정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된 점을 부각시키고자 6.25전쟁 50주념을 기념하여 전쟁 기념관이 계획된 것이다.
100평가량 되는 소규모의 기념전시관으로, 전체 공간은 한정된 평면 속에서 선형적으로 구성되고 채워져 있다. 진입부, 전시관의 동선, 각 공간들을 잇는 매개 공간 혹은 전이 공간 등 대부분이 그러하다. 선형적으로 이어지다 보니 한 공간의 시점으로는 건물의 전모가 파악되기 어렵다. 내외부의 각 공간들이 전달하려는 눈길과 의도를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또한 공간의 이야기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지만 안내하는 길을 다 걸어보아야 한다. 그 후에라야, 건물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건물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 놓게 된다. 그제야 당시 격전의 현장과 현장이 바라보이는 그곳에 지금 서 있음을 알게 된다, ‘그곳’이라는 구체적 매개체의 힘을 빌려 ‘그때’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투명한 유리면 위에 새겨져 있는 수많은 생명들의 이름 석 자가 산과 하늘 위로 오롯이 올려지는 것 같다.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의연한 다짐 같은 그 장면이 처연하고 슬프게 다가온다. 전쟁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일은 몹시도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과 그 터를 잊지 않고 기념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생명 값으로 산 현재의 평화에 감사하고, 다시는 피 흘리지 않고 지금의 평화를 세대를 이어 지켜내야 함을 가르치고 또 가르치기 위함이다. 기념관은 그 말을 곳곳에 아로새겨 놓고 온몸으로 전하고 있다.
작품명: 양구전쟁기념관 / 위치: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후리 629번지 외 4필지 / 지역,지구: 준농림지역, 군사보호구역 / 설계: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설계팀: 정규백, 양길수, 황환진, 김정순, 송봉기 / 감리: 김현조 / 시공사: 영종종합건설 / 용도: 문화및집회시설 (기념관) / 대지면적: 3,491m² / 건축면적: 427.63m² / 연면적: 414.83m² / 건폐율: 10.11% / 용적율: 11.88% / 규모: 지상 1층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보강블럭치장쌓기 / 완공연도: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