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암 TROI
경쾌하고 분주한 가로의 움직임과 걸음들이 고스란히 건물 안으로 전달된다. 가로와 접한 저층부에서는 내외부가 분리된 공간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도시의 가로가 건물 안으로 성큼 들어서 있는 것처럼 건물의 안팎이 하나로 이어져 흐른다. 6.6m 높이와 18m의 폭에도 기둥 하나 허락하지 않는 개구부 덕분이다. 개구부에 설치된 커튼월 역시 립 글래스 클램프Rib Glass Clamp 타입으로 설계되어 개방감이 극대화되어 있다.
전주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백제대로와 기린대로가 교차하는 코너에 자리하고 있다. 맞은편의 종합경기장은 컨벤션센터, 백화점, 공원 등으로 개발될 예정이고, 주변에는 전북대학교, 고속버스터미널, 전북은행 본사, 전북일보사 등이 위치한다. 말하자면, 광고를 위한 최적의 입지인 셈이다. 광고에 최적화된 건물이 계획된 것은 주어진 환경이 빚어낸 지극히 당연한 처사다. 대지는 원래 사각형 모양이지만 도로가 확장되면서 직각삼각형에 가까운 사다리꼴 모양으로 변형되어 있다. 반듯한 사각형이 아닌 땅이 단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삼각형은 같은 면적의 사각형보다 긴 길이의 변을 갖출 수 있기에 ‘더 길고 더 넓은 광고판에 유리하다’는 점에, 건물은 방점을 찍고 있다.
매스의 형태가 결정되는 데에도 이러한 점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저층부에서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최대한의 면적을 확보하고, 옥상에서는 가장 길고 넓게 광고판이 설치될 수 있도록 직각삼각형의 평면으로 매스가 변형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입면과 효율적인 구성을 제시한다. 외피 자체가 구조가 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실내에 기둥이 없다 보니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입면이 꺾인 부분에 생겨난 큼직한 테라스는 건물 전체에 여유와 풍요로운 이미지를 더한다. 특히, 꺾인 입면의 틈은 건너편으로 내다보이는 공원의 싱그러운 수목과 햇살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통로가 된다.
두 개의 큰 대로와 마주하는 입면은 알루미늄 타공판이 활용된 이중외피 방식으로 마감되어 있다. 메탈 재질 특유의 세련되고 경쾌한 이미지가 활기찬 도시의 미관과 자연스럽게 조우한다. 독특한 사선 패턴으로 디자인된 타공면은 건물의 구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준다. 동시에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다채로운 매질로 건물의 표정을 때때마다 바꾸며 도시의 표정까지 바꾼다. 태양빛이 뜨거운 한낮에는 푸른 하늘을 비추고, 해질 무렵에는 석양빛을 머금는다. 밤이면 건물에서 은은하게 번져 나오는 내부의 조명으로 도시를 은빛으로 적셔 놓기도 하며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끈다.
작품명: 한주빌딩 (금암TROI) /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712-2 / 설계: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류태영 / 시공: 류기석, 류태영 / 건축주: 류기석, 류태영, 류한주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271.3m² / 건축면적: 165.36m² / 연면적: 1,119.71m² / 건폐율: 60.95% / 용적률: 406.84% / 규모: 지하 1층, 지상 8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AL타공판, 커튼월시스템 /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구로강판, 고홍석, 세라믹 타일 / 완공연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