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떤 장소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을 꿈꾸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건축을 작동시키는 힘이 되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대규모 개발계획을 위한 최적의 무대였다. 전쟁 후 백지화된 상태에서 모든 것을 재건하기 위해 건축가들은 현실을 극복하는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했다. 그 결과, 60년대 말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인 세운상가가 탄생했고, 이후 여의도 종합개발계획, 파주출판도시, 헤이리 아트밸리 그리고 판교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이 책은 4개의 사례를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한국의 아키토피아를 재조명한다.
아키토피아는 건축과 이상향을 합친 말로, ‘건축가들이 그리고, 조형해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이 구현되길 꿈꾸는 이상향’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우리 건축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전쟁 후 폐허가 된 서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정부는 주도적인 개발과 건축적 실험들을 진행했고, 그 중심에는 세운상가가 있었다.
‘유토피안의 꿈’에서는 근대화 열망이 강했던 두 모더니스트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시장의 원대한 꿈이 투영된 장소인 세운상가가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완성되기까지 어떤 담론과 실천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또한, 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미래 관점에 따라 ‘도로축을 따라 도시가 성장하는 선형도시안’으로 기획된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지녔던 유토피아적 면모를 꼼꼼한 자료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이외에도 2000년대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공동의 문화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건축 담론이 실현된 도시인 헤이리 아트밸리와 파주출판도시를 다룬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균질성과 폐쇄성을 탈피하고자 실험적으로 계획되어 뜨거운 건축 시장으로 떠오른 판교 신도시를 통해 개인의 욕망으로 가동된 결과 또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 저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명의 전시와 연계, 기획된 공동 출판물이며, 실제 전시된 모습과 작업물에 대한 사진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수많은 아키토피아의 흔적들, 이를 바라보는 비평가와 아티스트의 상이한 생각들, 한 소설가가 그려내는 도시에 대한 단상까지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를 읽으며 건축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도시건축사: 고층건축물의 세계사
오사와 아키히코 지음 / 이기배 옮김 / 394쪽 / 19,000원 / 미세움 발행 2024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아랍에미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