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건축가협회상’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민현준, 주. 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호텔 리니어 스위트(조병수, 주. BCHO 건축사사무소), 수국마을(김형종, 주.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로랑 페레이라Laurent Pereira, 최-페레이라 건축), 제주 스테이 비우다(방철린, 주. 칸 종합건축사사무소), KIST 글로벌 게스트하우스(최문규, 연세대학교), 대청동 협소 주택 5×17(윤재민, 주. JMY 아키텍츠), 이상의 일곱 작품이다.올해의 응모작은 작년보다 일곱 작품이 늘어난 총 56점. 공공, 상업, 문화, 종교, 의료, 주거 등 다양한 유형의 작품들이 고르게 출품되어 분야를 넘나드는 열띤 경쟁을 벌였다.
심사는 우경국심사위원장, 예공아트스페이스건축을 필두로 한 4인(조서영서원건축사사무소, 권문성성균관대학교, 한만원한도시건축, 허서구원도시건축)이 맡아, 세 단계에 걸쳐 진행했다.
지난 9월에는 3일에 걸쳐 제주부터 서울까지 전국을 돌며 1차 통과작의 현장평가도 시행했는데, 장소성, 프로그램, 공간의 형식, 디테일, 실제 사용현황까지를 면밀하게 검토함으로써 응모작들이 우리 건축계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다각도에서 살폈다.
심사 기준은 크게 네 가지. 땅의 정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전개했는가. 공간은 프로그램과 인간의 행위를 고려하고 있는가. 건축이 도시 환경을 만드는 풍경이라면, 그 형식과 존재감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건축물을 통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가이다.
이렇게 선정된 올해 수상작들은 규모도,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역으로 수준 높은 건축물이 특정 규모, 특정 분야에만 편중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 건축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심사진 역시 대부분의 출품작에서 도시와의 관계, 사회 구조와 삶의 형식, 또는 새로운 공간 형식을 추구하는 경향을 발견했다며, 한국의 현대 건축이 긍정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총평을 전하기도 했다.
민현준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도시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경복궁을 마주한 조선왕조 600년 역사의 중심, 기무사와 대통령 지구병원이 자리를 지키던 근대 권력의 중심, 그리고 지금은 수십 개의 갤러리가 늘어선 현대 문화의 중심이라는 의미 있는 장소성은, 무형의 박물관을 지향하며 주변과의 관계 맺기에 집중하면서, 더욱 강력하게 드러난다.
중심 공간으로 설정한 ‘마당’을 통해 공공성을, 주변 스케일에 맞춰 분절한 ‘건물’을 통해 도시의 맥락을 모두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심사진도 바로 이 점에 높은 점수었다며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로랑 페레이라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마찬가지로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입구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건물을 배치해 건물 일부를 원거리로 인지하며 서서히 진입하게 한 것이나,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외장재로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연출한 것은 방문객들이 부담 없이 미술관을 찾아오게 하려는 데 그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정형적인 외부 형태와 그로 인해 연출되는 내부의 풍성한 공간감도 이 미술관의 매력으로 꼽혔으나, 다양한 외부 입면을 인식할 수 있는 배치 형식이 좀 더 면밀하게 고려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평이다.
부산 원도심, 5m×12m의 땅에 지어진 윤재민의 ‘대청동 주택’은 올해 수상작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작품이다. 작업은 다닥다닥 늘어서 있는 작은 건물들 사이에 건물을 삽입시키는 데서 시작하는데 이를 풀어낸 방식이 상당히 흥미롭다. 골목을 연장하듯 좁고 긴 계단식 길을 만들어가면서 각 층에 접근하도록 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건축적 시퀀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경계 허물기를 통해 길을 건축화키고 공간을 길화 시킨 점, 도시구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전면을 유리로 마감한 점, 작은 공간임에도 건축주의 삶을 배려해 다양한 공간을 구성한 점에서 건축가의 진정성이 진하게 베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방철린의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주변이 귤나무 숲, 제주식 돌담과 밭으로 둘러싸인, 대청동 주택과는 사뭇 다른 맥락 속에 자리하는 건물로, 자연 지형과 집의 의미에 더욱 집중한 작업이다. 여기서는 땅의 경사에 따라 집을 여러 채로 나누고 경관에 따라 방향을 달리해 배치함으로써,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집합성을 이루는 건물을 만들어 낸다. 이때 거친 콘크리트 외벽은 제주식 돌담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제주다운 특색을 불어넣는다. 그 결과 땅이 지닌 공간성과 시각성을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내며 심사진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조병수의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호텔 리니어’도 땅의 지형과 풍경에 초점을 맞춘 건물이다. 경사진 능선을 따라 여러 동의 저층 건물을 배치하여, 각각의 동에서 서로 다른 남해의 풍경을 관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동시에 전체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건축적 풍경을 만들어 내는데, 그 흐름이 ‘제주 스테이 비우다’에 비해 훨씬 강렬하다. 그 외에도 일반적 호텔과 달리 객실을 펜션 형식으로 구성한 점, 각 동의 2층에는 장스팬 캔틸레버를 두어 강렬한 시각적 프레임을 형성한 점 등은 흥미로웠지만, 역시 전체적 형태에서 인식되는 과도한 스케일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최문규의 ‘KIST 글로벌 게스트하우스’는 서울 성북동에 들어선 외국인 연구원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다. 최대 반년 정도 체류하는 거주자들의 삶의 형식을 고려하여 체를 분절시키되, 곳곳에 공용 시설을 배치하여 마치 마을과 같은 편안한 외부공간을 형성하고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단조로운 상자 적층식 형태에서 건축 형식에 대한 실험성은 느끼기 어렵지만, 공동체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이 수상의 이유로 꼽혔다.
부산에 위치한 마리아 수녀회의 아동 양육시설인 김형종의 ‘수국마을’은 마을에 대한 개념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대상지 북측에 자리한 전형적인 경사지 마을 모습에서 착안해 양육시설에 마을 만들기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대지의 경사를 이용해 8채의 주택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는 길과 마당, 커뮤니티 시설 등의 소통의 장을 조성했으며, 내부 공간에서도 상호 소통을 강조한 열린 공간과 다양한 시퀀스의 공간을 만들었다. 수상작 중 특히 건축의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수상작들처럼 다양한 부문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건축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 수준 높은 건축물들이 앞으로 우리의 도시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주길 바란다. 자료제공 / 사.한국건축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