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터스튜디 부산은 자동차 디자인에 국한하지 않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상 속 디자인과 관해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신진 큐레이터 어워드 프로그램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2 수상자 박지민 큐레이터가 기획한 것으로, 고밀도, 기후 변화, 팬데믹 시대를 맞이한 변화 속에서 새롭게 갈망하는 쉘터를 제안한다.
전시는 세 파트로 나뉘어, 이제 생활이 편리해지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 아닌 시대, 안정적인 쉘터는 어디일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사물, 공간, 장소와 관계 맺으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나만의 쉘터는 어디일까?
첫 번째 파트는 ‘이동’의 키워드를 놓고 지금껏 고정되었던 집을 고찰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쉘터를 고민한다. 여기서는 주거지로 대대적인 변혁이 예정된 서울 도심의 산업 중심지 을지로를 대상으로 시민 워크숍과 설문조사를 진행한 내용을 보여 주거나, 비행기 이동량을 실시간 수신하여 이동의 원인이 되는 분쟁이나 전쟁과 같은 세계적 환경을 예측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여러 이동의 상황에서 쉘터를 ‘확장’해 나간다. 이동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쉘터는 특정하기 어렵다. 작가들은 상상력을 거쳐 그 범주를 넓히고 새로운 안을 제시한다. 작가가 과거에 살았던 집을 VR 경험을 통해 재구성하거나, 식물과 인간의 공생관계에서 탄생한 모습을 상상한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세상에서 안정적인 쉘터로 나아가는 과정을 재치 있게 그린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 파트는 작가들이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서적 쉘터를 선보인다. 진정한 쉘터는 친밀함을 바탕으로 ‘관계’ 맺는 것이다. 그 대상은 사물이 될 수도 있고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대화와 사운드를 통해, 포옹 혹은 머리카락을 땋는 행위를 통해, 또는 자연 체화를 통해 정서를 교류하면서 쉘터의 물리적 경계를 지워낸다.
이제 쉘터는 고정된 거주지로 한정되지 않는다. 물리적 구조에서 벗어나, 정서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 진정한 쉘터가 될 터다. 정서적 쉘터가 되는 대상에게 나는 계속해서 관계 맺음을 시도한다. 특별한 연결고리가 아니라 평범한 대상을 마주하는, 안정적인 일상이 그것이다. 나에게 그 대상이 무엇이 될지 찾아 보기를 권해 본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