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중리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중첩된 면과 볼륨들이 도로 위로 떠 있는 듯 높게 올라 앉아 있다. 굳게 닫힌 듯 보이는 치장 벽돌 앞에서 잠시 주춤하게 되지만, 이내 벽면의 결을 따라 길이 흐르듯 안내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북쪽의 넉넉한 숲이 대지 전체를 싱그럽게 품고 있어 자연을 향해서는 열려 있을 공간을 초입에서부터 기대하게 된다. 동탄 2기 신도시 동쪽 무봉산 기슭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다. 컨트리클럽들 사이를 지나서 등산로 초입으로 연결되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주하게 된다.
남측의 도시에서 이어진 도로에 대해 닫혀 있는 것은 자연에 다가서는 과정을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의도된 설정으로 보인다. 대지의 동서 방향을 가로지르며 기다랗게 놓인 매스에는 총 여덟 겹의 레이어가 촘촘히 계획되어 있다. 도로에서 카페 내부로 향하는 과정에 네 개의 레이어가 자리하고 카페 내부에서 자연으로 향하는 과정에 또 네 개의 레이어가 놓인다. 높낮이와 방향을 달리하는 이 선형의 공간들을 거치는 동안 도심에서 자연으로의 단계적 전이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두 그룹의 레이어 사이에 삼각형 공간이 만들어 내는 기다란 오프닝이 펼쳐져 있다. 두 영역을 서로 이어주는 동시에 카페 내부 공간의 구심점이 되는 지점이다. 삼각형은 일반적으로 건축에서 흔치 않은 형태로 취급된다. 예각이 만들어내는 불편함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폭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는 형태 상 장점을 흥미롭게 부각시킨다. 방향성 있는 볼륨을 강조하면서 역동적인 오프닝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한쪽 끝으로는 예각이 만들어 내는 소실점이 놓여 있고, 그 반대편에는 수직 동선을 책임지는 나무 질감의 계단과 콘크리트 박스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 피트가 위치한다. 그 가운데에 카페의 가장 높은 영역인 고측창이 자리하며, 그 높이에서 늘어져 내려오는 조명 다발이 공간의 중심을 잡고 있다. 동글동글한 조약돌을 닮은 조명 다발과 나무 질감의 계단은 건축화된 자연을 은유하는 장치들로서 도시와 자연의 매개를 의미한다.
투명한 통창과 목재 루버가 뻗어 있는 처마를 통해 카페 내부는 북쪽 숲을 향해 시원하게 열려 있다. 자연을 내부 공간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데크를 통해 내부 공간을 숲으로 펼쳐 내기도 한다. 통창과 오프닝 상부의 고측창이 간접광의 통로이기도 해서 낮에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도로를 향해 닫혀 있는 밋밋한 면들은 그 앞으로 조성된 조경의 계절감이나 방문객들의 움직임 등 가변적인 요소들을 위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카페 내외부의 레이어를 거닐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면들은 파편화된 다면체가 중첩되면서 만들어지는 공간들을 경험하게 한다. 부정형의 기다란 대지에 놓인 볼륨은 덩어리 그 자체보다는 숲과의 선형적 접점을 통한 여러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에지edge처럼 작동하고 있다.
작품명: 카페인중리 / 위치: 경기도 화성시 중동 / 설계: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전보림, 이승환) / 설계담당: 장미나라 정현지, 박승영, 임성희 / 시공: 에스더블유건설 / 구조설계: 윤구조 / 전기설비: 대경전기 / 기계설비: 주성이엔지 /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자연취락지구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2,693m² / 건축면적: 722.94m² / 연면적: 2,532.96m² / 높이: 12.24m / 건폐율: 26.85% / 용적률: 37.20% /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치장벽돌, 목재 루버 / 설계기간: 2020.9 ~ 2021.4 / 시공기간: 2021.4 ~ 2022.12 / 완공: 2022.12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