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학교
Eagleschool
입면의 벽돌과 목재가 정갈한 질서와 리듬을 만들어 내고 있다. 둘의 조합은 물론, 시멘트 벽돌이라는 날 것 특유의 물성에서 수수하고도 겸손한 인상이 다분히 묻어난다. 외관을 통해 기독교 대안학교로서 지향하는 정신과 가치를 전달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한 장 한 장 쌓아올린 주재료로서의 벽돌에 담긴 의미를 또 하나 짐작하게 된다. 여러 사람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장소인 만큼 그들 한 명 한 명의 마음과 물질과 기도가 쌓여 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다가온다.
대지는 주택개발단지 끝단에 위치한다. 특이한 점은 ‘쿨데삭cul-de-sac’ 즉, 막다른 골목과 같은 도로가 대지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폐율과 높이가 제한되어 있어서 지상에 큰 규모의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안학교의 특성상 필요한 여러 소규모 모임을 위한 공간들은 물론, 강당, 도서관, 식당 등의 대규모 공간 마련에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인 셈이다.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학교의 선택은 주어진 난관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다. 쿨데삭을 중심에 두고 삼면으로 둘러싸는 배치 형태로 호칭 그대로 ‘막다른 골목’으로 만들고, 그 장소를 학교의 큼직한 안마당으로 삼은 것이다. 유쾌하고 지혜롭기 그지없어 보인다.
안마당인 만큼 쿨데삭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통과 교류와 움직임의 중심 광장이다. 학생들의 휴식과 교류의 공간인 각 동의 복도는 쿨데삭과 대면하며 선형으로 놓여 있다. 복도 곳곳에 돌출되어 있는 발코니 공간 역시 큰 마당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세 동의 건물들이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세 면으로 흩어져 있지만 복도와 쿨데삭을 매개로 여러 시선의 관계망을 갖게 된다. 복도 유리창 너머로 각 동과 각 층의 학생들의 움직임을 서로 바라볼 수 있고, 언제든지 창문을 열고 나가 마당 너머의 친구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 덕분에 복도가 보다 밝고 생기발랄한 공간이 되고 있다.
지상에 마련하기 어렵거나 부족한 공용공간들은 지하에 배치해 놓고 있다. 여러 개의 선큰sunken들이 크고 작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작은 마당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들은 각 동과 동을 연계하는 매개적 공간인 것은 물론이고, 환기와 채광 등 지하층의 환경을 개선해 주는 주요한 공간들이다. 지하층에서도 주요 외장재는 여전히 벽돌이다. 단, 시멘트 벽돌이 주는 순한 이미지의 외관과 달리 대강당에는 붉은 파벽돌. 식당에는 치장벽돌이 각각 사용되어 내부공간에서 오히려 단단하고 강한 느낌이 강조되고 있다.
물리적인 규모를 놓고 보면 여느 학교들에 비해 작다. 하지만, 공간의 특성이 만들어 내는 짜임새 있는 소통과 교류와 관계를 생각하자면 작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대지의 상황을 극복해낸 건축공간의 대범함과 지혜를 이해한다면 얼마나 큰 학교인지 와 닿을 것이다. 좋은 조건 위에 평안하게 지어진 것이 아니라 ‘광야에 길을 내고 땅 끝에서 비상하는’ 아이디어로 지어진, 그래서 오히려 기독교 정신이 빛나는 학교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적, 정신적으로 도전을 주는 공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프로젝트명: 독수리 기독학교 / 건축가: 정현아 / 담당: 오승현 / 대지위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사송동 517-1번지 / 대지면적: 2541m² / 건축면적: 609.16m² / 연면적: 3937.06 m² / 건폐율: 23.97 % / 용적률: 70.75% / 규모: 지하2층, 지상4층 / 구조: 철근 콘크리트 / 외장재: 시멘트벽돌, 적삼목 유절 / 구조설계: (주)터구조 / 기계,전기: 하나기연 / 시공: (주)석장건설 / 완공: 2015 / 촬영: 신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