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층집
에디터 현유미 부장
자료제공 stpmj
강서구 내발산동에 자리한 ‘오층집’은 공간의 적층을 통해, 좁은 부지에 삶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여전히 가장 효율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꺼질 줄 모르는 관심 속에서 아파트는 도시를 점령할 만큼 늘어났고 어느샌가 우리는 아파트 위주의 주거 방식에 익숙해져 버렸다. 아파트는 거실, 주방, 식당, 침실이 한 층에 펼쳐져 있는 수평적 공간이다. 넓은 아파트가 곧 좋은 아파트라고 인식됐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수평적 공간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보면 개인 주택, 특히나 좁은 땅에 지어지는 주택은 매우 도전적인 주거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땅이 협소하니 공사 여건은 대체로 불리하다. 특수한 시공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건축비는 대폭 늘어나게 마련이다. 넓은 대지에 1, 2층 규모로 지어진 일반 단독주택을 매입하는 데 비해 비용면에서 큰 이득도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작은집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수직적 공간 구성을 바탕으로 하기에 수직성이 강조된 현대 도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으며, 그렇게 형성된 공간은 개인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오층집’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 딸을 둔 건축주 부부는 규모는 작아도 나만의 가치를 지닌 집을 원했다. 건추주는 직업 특성상 재택근무가 가능했고 취미로 가구공예를 즐기고 있어 독립적인 작업실은 필수였다. 10살, 8살, 6살인 세 딸을 위한 세 개의 방과 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놀이방도 필요했다. 건축주가 요청한 이 공간들은 법이 허용한 최대 규모의 볼륨 내에 수직적으로 쌓이게 된다. 1층에는 건축주의 작업실과 아이들의 놀이방이 자리한다. 도로와 맞닿은 정면 쪽에는 작업실이, 데크가 깔린 뒷마당 쪽에는 놀이방이 배치된다. 작업실에는 외출이 잦은 건축주를 편의를 고려해 주차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문을 두었다.
2층은 전체가 거실과 주방이다. 모든 가족이 모이는, 이 집에서 가장 공적인 성격의 층이다. 막내딸과 부부의 침실은 3층에 나란히 자리하며, 둘째 딸과 첫째 딸의 침실은 각각 4층과 5층에 마련되었다. 특히 4층에는 널찍한 테라스를 두어 세 자매의 아지트가 되게끔 했다.
건물은 모두 붉은 벽돌로 둘렀다. 전면인 남쪽 입면에만 폭이 좁고 긴 세로형 창을 내고 나머지 입면에는 벽돌을 비워쌓기 해 창문 모양만 주었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조망은 과감히 포기하고 채광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1층의 주차공간과 일조 제한선을 반영한 4, 5층의 측벽에는 곡선 요소를 가미하여 입면에 일관성을 부여했다. 좁은 땅에 들어서는 주택이 대부분 비슷한 모습인 이유는 주차공간과 일조 제한선의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오층집’은 이 두 가지 제약을 이 집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역이용함으로써, 주변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작품명: 오층집 / 위치: 강서구 내발산동, 서울, 한국 / 설계: stpmj / 설계팀: 이승택, 임미정, 김은정 / 시공: ON 건축 / 구조설계: 주.터구조 / 전기, 기계, 설비설계: 대도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94.9m² / 건축면적: 46.2m² / 연면적: 175.7m² / 규모: 지상 5층 / 높이 14.5m / 주차: 1대 / 설계기간: 2017.6.~2017.12. / 시공기간: 2018.2.~2018.8. / 사진: 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