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에지
뾰족한 경사 지붕이 원경의 산세를 편안하게 받아내고 있다. 투명하게 열린 지층의 입면 또한 주변 숲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집이라기보다 주변의 자연이 연장된 또 다른 유형의 숲 같다. 녹음이 푸르기도 하다가 농익은 낙엽으로 저물기도 하는 숲의 모든 빛깔이 철철마다 공간을 유유자적하게 물들이며 함께 어우러지리라 기대하게 된다. 동시에 두 영역이 뿜어내는 각기 다른 정서와 다른 공간감으로 인해 두 영역을 오가는 묘한 긴장감도 느껴진다.
카페인 근린 생활 시설과 숙박용 주택의 두 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동 모두 목재 구조를 한 단순하고 정확한 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장에서 작업된 선가공(precut) 부재들로 뼈대가 완성된 덕분에 볼륨의 정확성이 철저하게 구현되고 있다. 카페동의 경우, 프리팹(prefab)으로 정밀하게 가공된 8개의 A-트러스들이 지붕면을 지지한다. 이등변 삼각형을 이루는 트러스 한 변의 길이는 보편적인 목구조 구법의 생산 규격인 20피트 그대로다. 다시 이 트러스들은 4×8 합판의 보편적인 생산 규격인 8피트, 즉 2,440mm의 모듈로 배치되어 있다. 이렇듯 공식화 된 재료가 구축한 공간의 질서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숲과는 대구를 이룬다. 대량 생산된 목재로 이루어지는 서양식 목구조와 자연 속의 생장하는 나무가 시각적으로 대비됨으로써 안팎으로 공간적 긴장감이 만들어지도록 의도된 것이다.
동일 재료가 겹겹이 모여서 구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목구조에서 사용 가능한 직관적인 구법 중 하나다. 한옥과 달리 규격화된 부재로 이루어지는 서양식 목구조는 이러한 특징을 더 잘 보여 준다. 여러 부재들이 겹쳐진 구조의 디테일을 살펴 보면, 재료 간의 접합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내부 디자인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A-트러스는 스프루스 집성목이 세 겹, 2층 슬래브의 큰 보와 작은 보는 각각 LVL이 두 겹 혹은 세 겹으로 결합되어 있다. 스프루스 결합 시 볼팅이 재료면보다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다. 같은 세 겹이라도 원래 목재 수종이 약한 스프루스가 철물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그 자체가 디자인적 감각이 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강한 재료인 LVL 결합 시에는 볼팅이 면 안으로 매입되어 있다. 스프루스보다 강한 목구조의 공간은 또 다른 분위기로 연출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평면 구성도 볼륨만큼이나 단순하다. 카페에서는 주요 공간과 지원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고, 그에 따라 입면에서도 불투명한 면과 투명한 면으로 재료적인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기 숙박을 위해 지어진 주택은 중앙의 투명한 LDK 공간을 통해 두 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동쪽 숲과 면하는 마스터 영역은 드레스룸-침실-욕실까지 연속적으로 천장의 높이가 변화하는 단면을 가진다. 마지막 공간인 욕실에서는 4m 높이의 천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인해 절정의 환한 공간을 맞이한다. LDK 서측의 숙박 영역에서는 7m의 천장고와 천창 덕분에 자연광이 풍부한 실내 정원을 전이 공간으로 두고 진입하게 된다.
부지를 조성하고 건축물을 배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카페 바닥 높이가 원래의 땅보다 750mm 정도 낮아져 있다. 카페 중앙에 기존 땅 높이의 콘크리트 테이블을 두고, 테이블 상단면의 중앙에 숲의 흙을 채운 화단을 조성함으로써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아주 작은 숲을 옮겨 심은 이 콘크리트 테이블은 건축과 땅이 맺고 있는 관계를 촉감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명: 포레스트에지 / 위치: 강원도 홍천군 남면 남노일로 1123 / 설계: 중원건축사사무소 김선형 / 대지면적: 1,650m2² / 건축면적: 328.2m² / 연면적: 405.48m² / 건폐율: 19.89% / 용적율: 24.57% / 규모: 지상 2층 / 높이: 19m / 구조: 목구조 / 주차: 2대 / 외부 마감: 석재타일 / 내부마감: 목구조노출, 석고보드(도장) / 구조설계: 터구조 / 시공: ㈜오감 / 기계설계: ㈜유성기술단 / 전기설계: ㈜유성기술단 / 건축주: ㈜위켄드74 / 완공: 2022 / 사진: 권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