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도매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하 가락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변화를 가속화 시킬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도매권역 2공구 채소1동 및 수산동 설계공모’에서 해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당선의 영예를 안게 됐다.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한 농수산물 전문 도매시장으로, 약 55만㎡ 규모에 5천여 개 업체가 입점해 있으며, 하루 이용객은 13만 명, 연간 거래 물량은 무려 250만 톤에 달한다. 이러한 압도적 규모와 유통 물량에 힘입어, 수도권에서 소비하는 농수산물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전국 농수산물의 기준 가격을 제시하는 등, 우리나라 농수산물 도매 유통을 주도 해왔다. 그러나 30년이 훌쩍 넘은 노후화된 시설과 동선으로는 더이상 변화하는 물류 시스템과 거래 제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탓에, 수년 전부터는 현대화사업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핵심은 낙후된 시설과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고 IT 기반의 선진 유통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마켓으로의 진화다. 다만 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현대화사업은 단계별 순환개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크게 4구역으로 나뉘는데, 도매권역 1공구인 채소2동은 현재 설계를 마치고 건립이 진행 중이며, 이번 설계공모의 대상은 도매권역 2공구, 채소1동과 수산동이다. 채소1동은 89,450㎡의 부지에 82,351㎡ 규모로, 수산동은 53,883㎡의 부지에 63,977㎡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기능과 용도가 중요한 시설인 만큼, 설계 지침에서 제시한 시설면적표에 충실하면서도,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마스터플랜과 앞서 진행되고 있는 채소2동 계획을 고려하여 지상부 대지의 연계 및 활용 방법에 대한 통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심사진(이명식동국대학교, 김원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성욱조성욱건축사사무소, 최정우건축사사무소 유니트유에이)은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를 실시하여, 해마종합건축사사무소 +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 인오건축사사무소 팀의 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작은 ‘그리드’를 키워드로 하여 현 가락시장의 노후화된 공간과 물류 동선의 문제점을 해결한 안이다. 주변과의 상생을 고려해 유연한 모듈을 제시하면서도, 미래적 물류 공간과 문화를 담는다는 컨셉이다. 이를 위해 가락시장 주변에는 격자 형식의 조경공간을 순환형으로 계획하고, 그 공간들에는 전시, 운동, 휴식, 행사 등 다양한 문화 기능을 담아, 주민과 상생하는 시장을 제안한다. 또한 태양광과 옥상녹화로 이루어진 에너지 그리드를 통해, 위압적 모습에서 벗어난 휴먼 스케일의 문화 풍경으로 재생된다는 개념이다.
당선작에 대해 심사진은 설계, 계획, 유통, 물류, 환경, 구조, 교통 등 각 부분에서 지침이 요구한 바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호평을 받았다. 특히 친환경적 요소를 적절하고 구체적으로 반영한 점도 강점으로 꼽혔으나, 입면 디자인과 지붕의 태양광 패널 등의 디자인이 다소 과하다는 점은 추후 보완되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었다.
당선팀은 2023년 11월 착공을 목표로, 20개월 간 본격적인 설계를 진행해갈 예정이다. 자료제공 / 서울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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