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라운지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김소원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캐논 비전
1989년 동대문구 청계천변 다세대 주택지와 철공소가 밀집한 용두동 동네에 자리 잡은 건물은 본래 성북수도사업소였다가, 개보수를 거쳐 지금껏 사용 중이며, 서울문화재단 본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서울시가 2004년 설립한 서울문화재단은 예술 창작활동과 교육사업을 지원하고 시 소재 창작공간을 운영한다. 운영을 위한 사무공간은 하나둘 늘어, 2021년에는 용산 사업소가 문을 열었고 2022년에는 동숭동 대학로센터가 개관했다. 인력이 그쪽으로 일부 옮겨 가면서 보다 여유가 생긴 본관에 시민에게 열린 공공 공간이 마련됐다. 본관 1층에 있던 회의실이 휴식 및 행사 장소를 겸한 라운지가 된 이유다.
공간이 처한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직사각형 방에는 두 개 창이 있었지만 북동향 창은 인접 건물에 가려 빛을 많이 들이지 못했고, 반대편 구석에 난 창은 창고 내부를 향했다. 천장 골조와 벽체 일부가 노출된 곳에 낡은 시스템 에어컨이 매달려 있고 실내기가 하나 더 놓여있었다. 재단에서는 이곳에 별도 구획된 회의 공간, 상패 진열대, 영상을 투사할 하얀 벽면을 확보할 것을 원했다. 창으로 개방감을 줄 수 없는 데다 불필요하게 점거된 제약 상황을 전제한 채, 라운지로서 필요한 건축 요소들을 갖춰 새롭게 탄생했다.
중앙에는 정사각형 테이블이 놓였다. 여러 무리가 함께 둘러 앉아 대화할 정도로 넉넉한 크기다. 테이블은 기본 모듈로 작게 나누어 이용할 수 있도록 효율을 더했다. 바닥의 카펫 패턴에는 큰 테이블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한쪽 모서리에는 서로 감싸듯 굴곡진 투명유리 벽 두 개가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간격을 두고 벌어진 채 라운지를 형성한다. 그 너머로 테이블 모듈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면적을 할당했다. 그 밖에 육각형 상판을 덮은 탕비용 가구, 직각삼각형 단면을 가진 상패 진열용 선반, 에어컨을 수납한 벽면 기둥이 고유한 제 형태와 재료, 색을 입은 채로 존재한다. 뚜렷한 인상을 띤 요소들은 불투명한 커튼으로 비치는 은은한 빛을 받는다.
테이블 위에 마련된 스테인리스 스틸 판은 18세기 신고전주의 건축가 존 손 박물관과 그 곳을 위해 카루소 세인트존이 설계한 가구를 참조했다. 박물관 곳곳에 거울을 배치한 덕에 의도치 않은 시야에 담긴 의도치 않은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라운지 테이블에 설치된 장치 또한 그렇게 우연한 장면을 담는다.
서울문화재단의 새 라운지는 세월을 거친 건물 안에서 오래 묵은 때를 벗고 장식 오브제를 방불케 하는 건축 요소들을 그러모았다. 각 요소들은 제 역할을 분명하게 해내면서 서로 간 조응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작품명: 서울문화재단 라운지 / 위치: 서울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 설계: 캐논 비전 / 설계팀: 안기현, 이희준 / 시공: 주.더디자인그룹 / 건축주: 서울문화재단 / 연면적: 60m² / 완공: 2023.12. / 사진: 홍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