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글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서울시가 작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진행한 ‘노들 글로벌 예술섬 기획 디자인 공모’의 결과물들을 20일 공개했다.
노들섬 프로젝트는 지난 2월 공개된 ‘서울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적용한 첫 사업으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디자인 혁신을 꾀하기 위해 ‘기획 디자인 공모’를 시행했다. 사업계획을 수립한 후 디자인이 이뤄지는 기존 관행과는 달리, 기획 단계에서 사전공모를 추진하여 디자인 우선의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검증된 7인의 국내·외 건축가(강예린+SoA, 김찬중더시스템랩, 나은중+유소래네임리스 건축사사무소,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 비야케 잉겔스BIG, 덴마크,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영국, 위르겐 마이어Jurgen Mayer H., 독일)를 초청해 기획 디자인을 제안 받았는데, 구체적으로 주어진 과제는 다음과 같다.
노들섬 동서측을 연결하며 석양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보행교의 신설, 한강을 배경으로 한 수상 예술무대 설치, 한강의 수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수변 공간의 제안 등이다. 이러한 과제를 바탕으로 참여 건축가들은 디자인 구상안을 포함하여 노들섬의 매력을 발굴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 개략 공사비 등을 제시했으며, 20일 열린 대시민 포럼에서 그 안들이 공개된 것.
오세훈 시장은 “노들섬 디자인 기본 구상안을 바탕으로 노들섬을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특이하고도 시민들께 많은 행복감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시민들의 의견, 평가 모두 다 함께 참조해서 노들섬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그 과정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에 공개된 디자인안에 대한 전문가 자문과 시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투자심사, 공유재산관리 계획 등 예산확보를 위한 사전절차 또한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자료제공 / 서울시
→ 노들섬 디자인 공모 대시민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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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 아쿠아 팔렛트Nodeul Aqua Palette _ 강예린 + SoA
‘팔렛트’는 기존의 재료 혹은 색을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조합하는 판이다. 노들 아쿠아 팔렛트는 ‘한강의 물’, ‘숲과 나무’, ‘하늘’ 등 노들섬에 이미 존재하던 자연의 요소들을 병치·혼합해서 새로운 오픈 스페이스의 경험을 만들어 내는 장치로, 섬의 테두리를 덮는 지붕이자 도시의 경관을 차경하는 프레임이 된다.
동서로 단절된 현 노들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아쿠아 팔렛트와 그 하부공간’이라는 관점으로 노들섬의 새로운 공간 체계를 제안한다. 하부는 섬과 물이 만나는 공간으로, 자연형 호안을 조성해 북측 한강 공원과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상부에는 맹꽁이숲 주변에 팔렛트를 덧대어 고립되어 있던 숲을 사방으로 확장하며, 나아가 노들섬의 동서를 연결하여 섬을 하나로 묶어준다는 개념이다.
이를 가능케 할 핵심 장치인 팔렛트는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독립적인 구조체다. 기본 유닛은 폭 3m, 4.5m, 6m, 세 종류이며, 이는 다시 팔레트의 쓰임에 따라 슬래브 타입, 슬릿 타입, 플랜터 타입으로 구분된다. 팔렛트는 3m의 일정 간격으로 평행하게 이격되어 설치되는데, 이 사이에 경사로나 계단 등의 연결 유닛을 배치하면 보행 동선이 형성된다. 연속된 팔렛트로 인해 맹꽁이숲 안팎을 넘나드는 새로운 보행 경험은 물론, 개인화된 전망 공간, 숲과 하늘이 반사되는 수반, 다양한 크기의 조경 공간도 마주하게 된다. 즉, 아쿠아 팔렛트가 모여서 이루어진 집합적 표면은 숲과 강을 연결하고 새로운 물의 경관을 형성하며, 기존 노들섬에서는 거대하게만 느껴졌던 한강을 작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체험의 변화를 끌어낼 것이다.
Nodeul Art Island _ 위르겐 마이어Jurgen Mayer H. und Partner, Architekten mbB, 독일
노들섬 서측에 위치한 기존의 거점을 확장하고 섬의 자연환경과 건축환경을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문화 중심지를 조성하고자 한다.
불, 공기, 흙, 물, 네 가지 자연 요소를 모티프로 하여 섬을 디자인한다. 이러한 요소는 섬의 디자인에 통합되어 방문객에게 역동적이면서도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섬 서쪽은 ‘불’의 공간으로 플로팅 스테이지와 노을 전망대를 배치하여 열정적인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기’를 주제로 하는 다음 구역에는 마치 구름처럼 떠 있는 구조물이 설치된다. 길이 약 200m, 폭 140m, 높이 30m의 구조물은 기존의 노들 마당 위를 덮는 역동적인 캐노피가 되어, 구조물 하부에 그늘을 제공한다. 또한, 연속적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구조물 위로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도 만끽할 수 있다.
섬 동쪽, 기존 맹꽁이숲 부분은 ‘흙’이라는 컨셉 하에 인간과 공존하는 녹지대로 조성된다. 무성한 초목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분위기의 공간인데, 중간 중간에는 최대 40m 높이의 산 모양의 경량 구조물이 배치된다. 서울의 정체성과 연결된 ‘산’의 실루엣을 노들섬에 접목함으로써 장소성을 강조하고, 기능적으로는 섬 주변 풍경을 즐기는 전망대의 역할도 한다. 마지막으로 동측 끝 ‘물’ 영역에는 갤러리와 카페 등이 포함된 워터 타워와, 수영장 등 다양한 수변 수상 레저 공간이 배치된다.
산들노들 _ 나은중 + 유소래네임리스 건축사사무소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라는 유래를 지닌 노들섬은 한강의 유동성 위에 있다. 수위에 따라 부드럽게 변화하는 섬의 경계에 자연이 스며들고, 그 위에 놓인 ‘문화예술을 담은 징검돌’을 거닐며 자연과 예술을 경험한다. 백로가 노닐던 섬은 오가는 바람처럼 사람들을 이끈다.
사람들이 보다 가깝게 자연을 만나고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게 하고자 노들섬의 레이어를 새롭게 구성한다.
가장 아래 레벨인 ‘수변부’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물리적인 장벽 같은 옹벽과 제방을 없애고 자연스러운 단으로 수변부를 구성하여 새로운 노들섬의 경계를 형성한다. 이는 방문자들이 어느 방향에서도 쉽게 수변으로 접근하고 머물 수 있게 한다.
‘지상부’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평지와 언덕으로 이루어진다. 섬 서측에 새로운 언덕을 형성하고, 그 하부는 사람들이 점유하는 장소로, 상부는 녹지공간으로 조성한다. 이를 통해 한쪽에 편중되어 있던 녹지를 섬 양측에 고르게 분산시키며, 일부 녹지는 수직적인 녹지 공원을 통해 입체화하여 섬의 자연 생태와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상층부’는 문화, 예술, 자연을 즐기는 징검다리다. 섬 상부에 떠 있는 징검돌들은 전망대, 야외극장, 공중정원, 실내극장 등 각기 다른 프로그램과 자연을 담으며 다양한 활동을 가능케 하고, 기존의 평탄한 섬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바꿈으로써 문화 예술섬으로서의 상징성을 부여하며 섬의 풍경을 완성한다.
The Ripple _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 BIG, 덴마크
건축을 통해 섬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적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는 노들섬을 제안한다.
섬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기존 시설물의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문화시설들을 빼내고, 비워진 공간은 부족한 주차 공간으로 확장한다. 다음으로는 빠져나온 문화시설을 비롯하여, 상업시설과 각종 인프라 시설을 기존 시설물 양 측면에 일렬로 배치하고, 가운데는 비워 광장으로 조성한다. 이때 섬을 양분하는 다리 위쪽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건물과 오픈 스페이스를 조성하여, 공공공간을 섬 전체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렇게 새로 배열된 건물들과 중앙 광장 위에는 지붕을 덮어 하나의 섬으로 보이게끔 한다. 양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덮개 형식의 지붕은 그늘을 제공함은 물론, 상부에는 태양열 발전판이 설치되므로 자체 에너지 생산도 가능하다. 섬 양 끝단은 녹지로 조성되는데, 침수를 대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테라스 구조로 설계하고, 이러한 테라스형 녹지 안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삽입한다.
또한, 섬의 경계부마다 각기 다른 얼굴을 만든다. 수심이 깊어 배들이 다니는 남쪽에는 교통 인프라를 설치하고, 수심이 얕은 북쪽은 생태계를 위한 공간이자 노들섬의 과거를 연상케 하는 모래사장을 조성한다. 이 외에도 중앙에는 밀도 높은 숲, 서쪽은 공연장 등을 두어, 1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서울의 새 인프라로 자리매김케 한다.
Bridged Archipelago _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
고립된 교통섬으로 존재하는 노들섬을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는 섬으로 변환하고자 ‘다리로 연결된 군도’를 제안한다.
섬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거대한 아트리움을 품은 산이 형성되된다. 외부 활동을 길게 하기 어려운 노들섬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한 반 외부 공간으로, 아트리움은 일 년 내내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므로 시민 활용도가 높아지게 된다.
산 안에는 다시 높이가 다른 여러 개의 섬이 배치된다. 아트리움 옆쪽으로 자리하는 이 섬들은 각각 공연장, 연습실, 야외무대, 갤러리, 실내 정원, 아트 파빌리온 등으로 쓰이는데, 여러 개의 섬에는 다양한 높이의 크고 작은 출입구가 있어서 어디서든 노들섬 안과 밖의 연결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재미와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마을 같은 섬은 다시 두 개의 브릿지를 통해 도시로 이어진다. 서쪽의 산은 용산으로, 동쪽의 산은 노량진으로 연결됨으로써, 노들섬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며, 강으로도 도시로도 열려있는 섬, 새로운 지형이 된다.
소리 풍경Soundscape _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Studio, 영국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산’의 윤곽이 소리와 음악에 반응하여, 섬 위에 떠 있는 음악적 파노라마로 구현된다.
섬 전체를 아우르는 8자형 루프를 배치의 기본으로 하여 펼쳐진 꽃잎 모양의 구조물들을 설치한다. 각기 다른 높이의 이 구조물들은 서로 조합되어, 섬 중앙에서 양단 끝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인공 지형을 형성한다. 다리를 통해 섬에 진입한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구조물들을 넘나드는 산책로로 연결되며, 이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섬 끝, 가장 높은 지점까지 다다르게 된다. 기존의 인공섬 꼭대기에서 느껴지던 고압적 느낌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의 새로운 도심 속 하이킹 코스가 되는 것이다.
구조물 위에는 동선을 형성하는 경사로뿐 아니라 계단, 잔디밭, 정원 등의 요소도 삽입된다. 몇 개의 구조물들이 모여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데, 총 일곱 개의 클러스터로 구분된다. 클러스터마다 공중에 떠 있는 노래방,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음악 카페, 몰입형 음향 전시 공간, 클래식 연주회 공간, 케이팝 체험관, 사운드 아티스트 스튜디오, 무향실, 총 일곱 개의 음악 전용 공간도 포함된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즐거운 탐방 공간들의 집합체인 셈이다. 또한, 구조물의 아래쪽은 반사되는 특성을 띠고 있어 위를 올려다보면 항상 밑에 있는 인공섬의 움직임이 반사되어 시각적 역동성을 선사한다.
Nodeul-(r)ing _ 김찬중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과거의 한강과 노들섬이 서울 시민들의 일상과 놀이, 휴식의 공간으로 사용되어진 것과는 달리, 현재의 한강과 노들섬의 관계는 시민들의 관점에서 단절의 공간이자 스쳐 지나가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노들링’의 명쾌한 기하학적 연결을 통해 이 단절된 두 장소를 서울 시민들의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섬의 모양을 따른 거대한 타원형 고리는 동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 노들섬과 살짝 비틀어진 각도로 배치된다. 한쪽 끝은 한강공원에 다른 한쪽 끝은 섬 중심부에 위치하며, 공원에서 섬을 향해 1/20의 완만한 경사로 높아진다. 또한, 노들링 안에는 100개의 움직이는 캡슐이 설치되는데, 한강 둔치 탑승터미널에서 시작하여 섬 중앙의 전망대까지 수직으로 약 37m가량을 이동하며 프라이빗한 캡슐 안에서 다양한 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노들링 안쪽 영역인 ‘노들호수’에는 삼각형 모양의 바지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여 수상 야외무대, 야외 풀장, 소규모 무대 등 다채로운 액티비티 공간들을 구현한다. 이렇듯 노들링은 기존의 노들섬과 시설들을 덮으면서 섬과 어우러지는 새로운 도시적 장치로서, 한강공원과 노들섬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이동 수단과 보행을 통하여 한강을 더 일상적이고 직접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서울과 한강의 시티스케이프를 조망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