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가협회가 주최, 주관하고 대한건축학회와 대한건축사협회가 후원하는 ‘대한민국건축대전‘의 2020년도 수상작이 발표됐다.
올해로 39회를 맞은 대한민국건축대전은 국내 건축 공모전 가운데 최고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공모전으로, 지난 30여 년 간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부터는 국제 공모전으로 그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한국을 넘어 세계 건축을 이끌어 갈 역량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데 기여해왔다.
전 세계 건축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올해 건축대전의 주제는 ‘초연결 시대, 탈경계의 건축Exploring transboundaries in a hyperconnected era‘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접촉과 융합은 국가와 민족, 인종과 문화 사이의 전통적 경계들을 약화시키고 있다. 더불어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는 기술의 혁신에 힘입어 시공간적 구속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번 건축대전에서는 ‘경계’라는 개념이 이처럼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건축은 어떤 방식으로 융합과 탈경계를 받아들일 것인지 묻는다. 이는 동일한 공간에 공존하는 다양한 시간성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기존 모폴로지나 타이폴로지의 창조적 해체와 재구축, 혹은 정주 개념을 확장하여 도시 속 수많은 유형의 건축물의 재해석일 수도 있다. 핵심은, 상이한 문화와 가치들이 충돌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서의 교류와 융합을 통해, 산업화 시대 이후 관성적 사고에 의해 형성된 기존의 도시 인프라스트럭쳐를 다시금 재구성해 보자는 것이다.
건축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심사진은 (김용각, 김찬중, 배지윤, 이강주, 이승용, 조진만) 세 가지 사항을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첫째, 프로그램을 통한 건축 완성 능력. 둘째, 서론부터 해답까지 아이디어를 풀어가는 과정. 셋째, 주제 관련 적합성과 독창성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총 3단계에 걸쳐 심사를 진행한 결과, 대상의 영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속 스트리밍 그라운드’를 제안한, 홍익대학교 송채윤 학생에게 돌아갔다. 초연결시대의 현대인을 경험을 통해 내가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세대, ‘실감세대’로 정의하고, 이 세대들은 과거와는 달리 소유보다 접속에 더 큰 의의를 둔다는 분석에서 시작되는 작품이다. ‘실감세대’의 이러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경향을 공간에 반영하여, 문화공간들이 파편화 되어 일상 속으로 들어 올 것을 제안한다. 스트리밍 공간과 일상을 새롭게 경계지어 다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일상 속 스트리밍 그라운드’ 개념을 접목한 대상지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매스와 레이어의 적절한 분리와 그룹핑을 통해, 구시가지의 역사성과 장소성은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현대인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구축한다는 제안이다.
이 외에도, 땅을 밟고 사람들과 마주치며 관계를 맺음으로써 마을과 상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산업센터를 제안한 ‘지식산업 마을’,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역에서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경계를 조작하여 사회적 관계를 조절코자 한 ‘경계 형성을 통한 탈경계 전략’, 공동물류 공간을 중심으로 기존의 지역 상관을 넘어선 클러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초개인화 클러스터를 위한 어반 크로스 로지스틱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충돌 몽타주 기법을 적용하여 자기 조직적인 장을 구축한 ‘이머시브 플랫폼’, 총 네 작품이 우수상으로 선정됐으며, 특선 3장과 입선 42작까지, 모두 50팀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시상식과 전시회는 10월에 열릴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자료제공 / 한국건축가협회
대상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속 스트리밍 그라운드 _ 송채윤홍익대학교
>> 심사평
일상적인 삶의 풍성함을 위해 소유가 아닌 공유 공간을 제안했다. 입방체, 벽, 판 그리고 동선을 사용한 정공법의 건축전략이 좋았고, 각종 표현의 완성도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건축적으로는 흠잡을 것이 별로 없지만, 건축적 메시지가 과연 의도한대로 전달될지, 8주변에 위화감의 벽이 둘러쳐진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되었다.
우수상(협회상)
지식산업마을[Factory diaspora] _ 김광회중앙대학교
>> 심사평
기존 지역의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정도의 개입을 추구한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결코 과하지 않은 차분한 접근을 지햐하나 그 내부의 공가적 위계와 연결관계가 보여주는 건축적 처리는 충분히 호소력이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 공간에서 벌어지는 산업의 형태와 조금 더 구체적인 엑티비티를 중심으로 계획이 전개되었더라면 메시지가 더욱 강한 프로젝트로 발전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우수상(학회상)
일상 속 연결고리; 경계 형성을 통한 탈경계 전략 _ 김민영동명대학교
>> 심사평
현대건축에서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 컨텍스트를 벗어난 새로운 모듈로 각각의 영역을 구분하거나 연결하는 시도는 매우 돋보이는 개념이다. 획일화된 주거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영역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하는 개념 역시 우수하였으나, 영역간의 연결 브릿지가 공간적 한계를 드러낸 것과 주거의 기본적 요구에 대한 충실한 해석이 아쉬운 부분이다.
우수상(사협회상)
초개인화 클러스터를 위한 ‘어반 크로스 로지스틱스’ _ 순현범홍익대학교 세종
.>> 심사평
주제가 주는 시사성과 미래적 관점에 대한 논지가 무척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근 미래 물류 시나리오는 매우 중요한 아젠다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심도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분야이다. 다만 여기서 제안하는 프로그램의 복합화와 프로그램들간의 3차원적 유기적 연계성을, 너무 다이어그램화한 측면에서만 건축적 결과로 접근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프탑과 연계된 다양한 공간의 연출을 통해 복합화를 완성하려한 시도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우수상(LG, 후원사상)
이머시브 플랫폼- 판플레이를 통한 자기조직적인 장 만들기 _ 김영웅홍익대학교
>> 심사평
주제에 대한 접근방식과 주장하는 논리의 전개가 탁월하며 다양한 판과 장의 형성방식도 참신하다. 단, 담고자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과 분석이 부족하여 개념단계에서 머무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선
COViD-19, Docking in the City _ 조한슬홍익대학교 세종
>> 심사평
플러그인 개념을 새로운 코로나 시대의 다목적적인 활용 요소로 제안한 점은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여러 차원에서 좀 더 깊은 사고의 노력과 디자인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특선
Market-Plant _ 배현재창원대학교 건축학과
>> 심사평
흥미로운 주제였으나 작품 주제 및 조사, 연구가 디자인의 프로세스에 면밀히 부합되지 않은 점이 아쉬운 프로젝트이다.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보다는 즉흥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에 주제를 덧붙인듯한 설계 방식이 아쉽다.
특선
Urban Ritornello _ 백준희홍익대학교
>> 심사평
관람자의 능동적인 선택이 가능한 새로운 거리미술관을 제안했는데, 프로젝트가 보여준 탐구의 자세가 인상적이다. 공간 및 형태의 뛰어난 구축력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기본적인 작동방식이 보이지 않는 것은 해결해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