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프로젝트 A’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모음동, 나눔동, 배움동의 세 동으로 구성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아카이브 공간들을 작품과 함께 살펴보는 프로젝트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과 커미션 설치 작품을 더해 총 8점이 모음동의 계단식 옥상 정원과 맞은편에 위치한 배움동과 나눔동에 분산되어 있다.
모음동은 건물이 자리한 경사 지형을 따라 직육면체가 계단처럼 4층까지 이어진다. 층마다 경사로에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식 옥상 정원이 자리한다. 각 층의 정원에는 전통적인 조각 제작 양식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이 놓여 있다. 알루미늄 패널을 자유롭게 말고 펼쳐 불연속적인 시간의 궤적을 표현한 정소영의 <항해자>, 철판을 가위의 형태로 잘라 수직으로 세움으로써 실제 존재의 이미지와 오려 낸 흔적의 일루전 사이 경계를 보여 준 홍명섭의 <De-veloping-Silhouette Casting>, 보는 각도에 따라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착시 효과를 준 김인겸의 <빈 공간>, 철판을 분해하고 접어서 생기는 면과 면의 접점으로 새로운 공간을 형성한 홍석호의 <철판접기>가 입체 형상을 만드는 조각의 새로운 실험적 시도들을 선보인다.
배움동과 나눔동에는 일상에서 늘 마주해도 쉽게 지나치는 풍경과 그 경험에 대한 기억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만난다.
배움동 1층에는 풍선을 한아름 안고 있는 장면을 벽에 띄운 황혜선의 <풍선들>이 누구나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만한 기억을, 그리고 그 기억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옆에는 종이 상자를 브론즈로 캐스팅하여 불안정한 구조로 마이크 앞에 쌓아 올려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연단을 형성한 김홍석의 <계단 형태-연단>이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지만 기능을 상실함으로써 오브제가 된 대상을 통해 공공성, 공공미술에 대한 주제와 그에 따른 의문을 담았다.
나눔동에서는 송상희의 <엽서들>이 기다린다. 작가가 여러 도시에서 수집한 엽서 6장과 작가가 구성한 유사 엽서 6장을 교차하여 연속적으로 보여 준다. 오래된 엽서는 당시 전형적인 표지 이미지와 함께 여성들이 쓴 손 편지를 담고 있어 당대 사회상과 사건의 이면을 드러낸다. 유사 엽서는 청둥오리, 붉은목띠앵무새 등의 동물을 화자로 등장시켜 조류독감이 퍼지는 가상의 내러티브를 전개, 이주와 팬데믹과 같은 거대 서사를 개인의 서사와 간접적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경사진 지형을 따라 있는 4개 부지에 자리한다. 전체가 유기적으로 나뉨으로써 수직적인 건축의 개념보다 수평적인 공간감을 형성한다. 동시에 공간과 공간,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공간의 기능이 확장되고 그에 따라 관객의 경험도 입체적으로 쌓인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SeMA-프로젝트 A’에서 공간과 장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감상하며 다양한 관점을 펼쳐 보길 권한다. 자료제공 / 서울시립미술관